[기업]美 기업들 'CRO' 모시기 붐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33분



‘리스크담당 최고책임자(CRO·Chief Risk Officer)를 아시나요.’

세계 경영혁신을 주도해온 미국 기업들이 돌발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CRO제도를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우발적 사고 등 돌발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지기 때문.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사내외 전문가를 중심으로 전사적 위험평가그룹을 구성하고 환율변동, 산업스파이, 가격경쟁 등 144개 위기요인별로 담당자를 정해 상시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돌발적 위기를 진화하려면 최소한 3가지 법칙을 지켜야 한다고 권고한다.

▽돌발 위기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미국의 대표적 다국적 기업 나이키는 돌발적인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이 뛰어난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나이키는 올해초 새로 시판한 운동화에 달린 금속조각 때문에 발을 다쳤다는 소비자 신고 6건이 접수되자 곧바로 전세계에 공급한 43만 켤레의 운동화를 모두 리콜했다.

반면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는 96년 미국 현지법인의 성희롱 사건, 97년 폭력집단 자금 제공 사건, 2000년 불량부품 은폐사건 등 잇따른 돌발사태를 무시하다 경영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미쓰비시는 결국 올 1월 제휴사인 다임러크라이슬러에 경영권을 넘겼다.

▽솔직하게 공개하라〓진상이 밝혀지면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급속도로 멀어진다. 지난해 아메리칸항공(AA)은 16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사고원인을 재빨리 밝혔다. 이 사고에 대한 언론보도는 5건에 그쳤다. 반면 사고원인 발표를 미루던 한 경쟁 항공사의 비슷한 사고는 언론에 141회에 걸쳐 보도되면서 회사 신뢰도에 치명타를 던졌다.

▽체계적인 위기대응 시스템을 정비하라〓모든 기업은 항상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기 마련이다. 사전에는 CRO 등 상시 책임자가 위기 감지와 사전예방 등의 노력을 펴야 하겠지만 일단 사태가 발생하면 CEO는 물론 기업 전 조직이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삼성경제연구소 이범일 상무는 “사후에 잘한 점과 미비한 점을 평가하고 위기대응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비슷한 유형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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