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오너나 경영자에 대해 책임

  • 입력 2001년 11월 8일 17시 11분


예금보험공사가 대우와 고합의 대주주(오너)와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거액의 은닉재산을 찾아내고 손해배상소송을 내기로 한 것은 기업부실화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실금융기관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재산을 압류하는 등 책임을 물어왔던 것처럼 부실기업 오너나 경영자에 대해서도 똑같은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실경영 책임에 대해서는 감자(減資)를 통해 경영권을 빼앗는 것으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기업을 부실로 몰아간 경영자나 오너가 회사 돈을 개인용도로 전용하거나 회사가 쓰러지기 전에 회사돈을 빼돌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기관 부실을 메우기 위해 140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지만 여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 기업주가 회사돈을 유용해도 그에 대한 죄를 묻는 일은 없었던 셈이다.

예보는 내년말까지 파산했거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30개 회사의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재산 빼돌리기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기업을 부실화시키면 경영권을 뺏은 뒤에도 책임을 지운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경영건전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조사는 몇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우선 사안의 중대성이 비해 예보 독자적으로만 조사함으로써 철저한 조사가 어려웠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이에 따라 김우중 전회장측으로부터 이미 알려진 사실을 짜깁기식 으로 발표했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말 저축대출조합(S&L)이 무더기로 파산했을 때 예금보험공사(FDIC)와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통화감독청(OCC) 등이 합동으로 조사해 효과적으로 은닉재산을 찾아냈다.

최명수(崔明洙) 예금보험공사 조사2부장은 “법인의 실체가 없어지고 담당자들이 자리를 떠난 뒤에 조사를 시작함으로써 관련 자료를 찾고 확인하기가 어려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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