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美 캐주얼 '마우이', 악어 문 상어의 줄행랑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1분


마침내 국내에서도 비교 광고가 법으로 허용되었다. 특히 크리에이티브의 검열메카니즘이 겹겹으로 진을 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새로운 표현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는 우선 환영할만 하다.

크게 보아 비교광고는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비교 우위를 제시하는 것. 둘째는 한 번 웃어보자는 투로 상대방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경우다.

코카와 펩시 간의 광고 싸움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의 많은 비교광고들이 소위 유머성 비교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근거를 가지고 달려들든,장난거는 기분으로 어깨를 치고 지나가든 그것을 시비로 여긴다면 자동차와 소주 광고 등 최근의 몇몇 국내광고의 예에서 보듯이 비방광고로 맞불을 놓는 치졸한 싸움이 재연될 것이다. 비교광고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주얼 브랜드 마우이(MAUI) 광고를 통해 알아보자. 그림엔 마우이의 상징인 상어와 기득권을 가진 경쟁 브랜드 라코스테의 상징인 악어가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피칠갑을 한 채 반토막이 나 있는 악어를 뒤로 하고 맹렬히 도망가는 상어의 모습이다. 몰래 테러를 가하고 줄행랑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 광고의 독창성은 악어와 상어를 옷감에 실로 직조해 넣은 느낌으로 인쇄광고를 만들었다는데 있다. 옷에 붙은 로고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봉변을 당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아마도 테러를 당한 라코스테의 입장에선 이 광고를 보고 ‘마우이 참 귀여운 녀석이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어, 이 녀석이 엉겨 붙네. 단단히 손 좀 봐줘야 겠는걸’이라고 생각했다면 비교광고의 논의조차 의미가 없어진다.

밉지 않은 시비를 거는 비교광고 한 편을 보았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까진 우리네 광고 환경에선 그런 여유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한 번 받치면 반드시 들이받아야 한다. 때론 ‘우리도 모르게 보고 배워 내재화된 파시즘의 인자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것이 아닐까’하고 염려될 때가 있다. 그렇게 파쇼를 두려워했으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또 다른 형태의 묻지마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홍탁(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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