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도체 13년만의 적자 비상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48분



삼성전자의 3·4분기(7∼9월) 경영실적은 수치만 놓고 보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경기 침체로 메이저 기업들이 잇달아 적자를 발표하는 와중에서 소폭이나마 흑자 유지에 성공했기 때문. 반도체 외에 정보통신과 가전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것이 어려운 시기에 도움이 됐다.

▼관련기사▼

- 삼성전자 반도체 사상 첫 적자
- "삼성전자 흑자" 반도체株 볕드나

하지만 주력인 반도체 부문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데 대해서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심상찮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에 이어 세계 1위의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까지 적자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은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반도체 적자의 의미〓반도체 업종은 PC 경기의 추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문제는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는 속도가 빠르고 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

64메가D램의 시장 판매가는 올해 중반부터 1달러에도 못 미치는 ‘센트 단위’로 떨어져 생산원가를 30∼40%가량 밑돌기 시작했다. ‘만들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실정.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보다 손실 폭이 적다는 점에서 애써 위안을 찾는다. 세계 2위의 메모리 제조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6∼8월 중 1조2700억원(달러당 1300원 기준), 3위인 하이닉스는 3분기에 53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D램 업계의 ‘빅5’ 중 유일하게 이익을 낸 삼성전자마저 적자로 돌아섬에 따라 세계 D램시장은 ‘누가 오래 버티느냐’의 적자(適者)생존 시대에 돌입했다.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생활가전 등 비반도체 부문은 내수경기 부진과 수출여건 악화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이익을 올려 모처럼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삼성전자의 고민은 현재와 같은 불황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되면 탈출구를 찾기 힘들다는 점. 불어나는 반도체 적자를 정보통신과 가전의 이익으로 메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의 D램 원가 경쟁력이 세계 최고여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이긴 하지만 가격이 내년 상반기 중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전체 영업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관련 장비와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일단 올해 말까지는 반도체 불황이 바닥을 다지는 시기로 관측돼 통신부문 등 비반도체의 호조가 뒷받침되면 3·4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가격 반등을 꾀하기 위해 결국 감산이라는 최후카드를 선택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