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술업체 바카디-마티니 양재택 한국지사장

  • 입력 2001년 10월 7일 19시 23분


“한국의 음주문화요. 고쳐야 할 게 많습니다.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단숨에 들이켜거나 맥주와 섞어 폭탄주로 마시는 것이 대표적으로 잘못된 것들입니다. 전문가들조차도 위스키는 물이나 얼음과 섞어 25도 정도로 만든 뒤 맛과 향을 감별합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술회사인 바카디-마티니의 양재택 한국지사장(35)은“술을 무작정 취하기 위해 마시는 데서 잘못된 음주문화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취하기 위해 마시지 않는다면 왜 마실까.

“술은 사람을 사귀는 가장 좋은 매개물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점을 가장 잘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심포지엄’의 어원을 분석해보면 ‘함께 술을 마신다’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격식을 차리고 심각한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들이켜며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던 것이죠.”

양 지사장은“술은 문화 예술 사회와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바카디-마티니는 본사에서 직원들을 교육할 때 예술사 패션 음식조리법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소개했다. 교육기간중 술에 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다는 것.

9세 때 이민을 떠나 미국에서 예술사 영화 시각예술 등을 공부한 양 지사장이 술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전공을 잘 살린 셈이다.

바카디-마티니는 한때 브랜드가치가 세계 9위에 올랐던 기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케팅 전략이 한국시장과 잘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 회사는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장 큰 양주 소비장소인 룸살롱과 단란주점을 전혀 공략하지 않는다. 또 판촉활동은 가급적 조용하게 한다.

10여년째 수입주류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온 양주전문가이자 개인적으로도 술을 무척 즐기는 그에게 어떤 술이 가장 좋은지를 물었다.

“마시는 자리의 분위기에 따라 다릅니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점잖은 자리에는 위스키나 코냑이 어울리겠죠. 여러 명이 격식 없이 모인 자리에는 럼이 좋습니다. 콜라 토닉 오렌지주스 등과 섞어 각자의 취향대로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기를 구워먹을 때는 소주가 최고입니다. 서울 인사동 등지의 전통음식점에서는 막걸리만큼 어울리는 술이 없죠.”

<천광암기자>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