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정거래법 위헌제청 파장예고

  • 입력 2001년 9월 28일 17시 21분


서울 고등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조항을 문제삼아 "현행 공정거래법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헌재가 서울고법의 이번 제청을 받아들여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그동안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 등을 이유로 기업에 매긴 과징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질 전망이다.

또 그동안 과징금 부과 등 규제를 무기로 기업들을 압박해왔던 공정위의 위상은 크게 떨어지고 상황에 따라서는 부처의 존폐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마저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고법은 공정거래법에 대한 위헌심사 제청이유로 우선 "현행 형법으로 충분히 제재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한 것은 명백히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 공정위가 사실상 검찰(조사국)과 법원(위원회) 기능까지 수행하면서 기업들을 범죄인 다루듯이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법원측은 공정위가 과징금 기준을 기업 매출액의 몇% 씩으로 상하한선을 둔 것은 객관적 기준이 아닌 자의적 잣대여서 인정하기 어려우며 과징금이 형벌의 일종인 벌금과 실질적 차이가 없는데도 공정위가 행정처분으로 이를 매기는 것은 사법권 침해소지도 있다는 견해도 나타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과징금 제도를 남용해 입맛대로 기업에 대한 규제의 칼날을 휘둘렀다는 불만이 많았다. 특히 현정부 출범후 공정위 과징금 부과가 국세청의 세금추징과 함께 기업들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원성이 잦아졌다.

서울고법의 이번 판정은 기업들의 이런 불만을 받아들여 '공룡 경제검찰'로 변신한 공정위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특히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등의 권한을 이용해 필요이상으로 기업들을 규제하려는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서울고법의 이번 위헌제청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박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고위당국자는 "그동안 서울고법 특별 6·7부 모두 현행 공정거래법이 합헌이라는 전제로 10여건의 판결을 내렸으며 특히 특별7부는 판결문에서 위헌주장이 '이유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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