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회사, 기업살리기 뒷전…시세차익 급급

  • 입력 2001년 9월 27일 19시 10분



증권거래소는 25일 상장 관리종목인 레이디가 내년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거래소 상장종목인 인터피온(옛 대우금속)도 주총을 열어 주주들에게 당초 올해가 목표였던 ‘관리종목 졸업’이 실패했다는 설명을 했다. 삼애인더스는 주가 급락으로 요즘 투자자들에게 걸려오는 항의전화로 업무를 보지 못할 지경이다.

이들 기업은 이용호씨가 회장으로 있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인 지앤지(G&G)구조조정이 지난해 3월부터 회사를 회생시키겠다며 잇달아 인수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회생은 고사하고 이씨의 주가조작 및 횡령 등으로 더욱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99년부터 생겨난 CRC가 엉뚱하게 주가조작 및 머니게임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싼값에 부실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이라는 포장으로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남기는 데만 치중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루머유포를 통한 주가조작은 물론 구조조정에 쓰겠다며 모은 자금을 횡령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지법 파산부가 25일 ‘법정관리 기업에 관한 인수합병 준칙’을 제정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CRC의 불법적인 영업 행태를 막겠다는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Q캐피탈파트너스의 한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은 최소 3년간의 시간이 소요되며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라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CRC 중 상당수는 단순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어 이를 걸러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실제 8월 초 CRC인 K사는 상장기업인 의성실업의 지분을 30% 정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뒤 불과 10일 만에 처분해 80억원의 매매차익을 남겼다. G&G구조조정이 인수한 레이디도 9개월 만에 지분을 처분했다가 다시 되사는 등의 수법으로 시세차익을 남겼으며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네 번이나 바뀌었다. 특히 G&G구조조정은 보물선 재료라는 루머를 통해 삼애인더스의 주가를 띄워 엄청난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한국증권연구원의 김형태 박사는 “CRC는 그동안 산업자원부 금융감독원 등 관할기관이 나뉘어 있어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CRC의 대형화와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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