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12년 無분규' LG전자 창원공장…매출-생산성 '쑥쑥'

  • 입력 2001년 9월 9일 19시 06분


“어서 오십시오. 활기찬 하루 되십시오.”

공장 정문에서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 간부들이 큰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동 LG전자 창원공장. 이 ‘아침인사’는 89년 극심했던 노사분쟁 때 생겨났다. 당시 LG전자 창원공장은 장장 100여일의 파업을 겪었다. 공장은 폐가처럼 변했고 노사(勞使)의 감정대립은 극에 달했다.

‘이래선 안된다’고 생각한 공장장은 어느 날 정문에 서서 근로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불순한 의도’로 여긴 근로자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대했다. 그러나 ‘고개 숙인’ 공장장에게 마주 인사하는 근로자들이 늘면서 얼어붙은 노사감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로부터 12년. 이 공장은 ‘백색가전은 한물 갔다’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LG그룹에서 가장 성장성 높은 사업장으로 자리잡았다. 12년 동안 노사분규 한 번 없이 연평균 21%의 매출성장을 기록 중이다. 구본무(具本戊) 회장은 최근 주재한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LG카드와 함께 ‘가장 본받아야 할 모범 사례’로 공개칭찬을 하기도 했다.

6일 창원공장에서 만난 홍의갑 노조지부장(47)은 그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89년을 지나면서 회사가 망하면 노조고 뭐고 없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회사를 믿고 생산성을 높인 결과 98년 경제위기 때도 우리는 정리해고가 없었다. 업무량은 매년 많아지지만 그만큼 회사가 발전하고 그만큼 돌려받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런 신뢰는 쉽게 쌓인 게 아니다. 강태길 경영기획팀 상무는 “아침인사와 함께 매달 한번 경영현황을 공개하고 성과를 분배하자 사원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한편으로는 신뢰를, 한편으로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장의 생산성은 근로자의 숙련도가 올라가므로 매년 10%가량 높아진다. 그러나 수출시장 단가는 매년 떨어지고 중국 등지의 싼 제품들이 밀려들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뒤지기 쉽다. 그래서 나온 것이 혁신적인 생산성 개선 방안. 창원공장에는 사무직 사원 3∼50명이 참여하는 ‘뜯어 없애고 새로 디자인하는 프로젝트팀(TDR)’이 130여개 있다. 생산직 사원들은 스스로 ‘제품 100만개당 불량품을 3.4개로 줄인다’는 6시그마 활동을 펼치고 있다. 96년 미국 GE를 벤치마킹해 도입된 6시그마 활동 이후 세탁기 부문에서만 연간 11억원가량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99년에는 그룹에서도 이를 채택했고 전 계열사로 확산됐다.

12년 전 창원공장의 공장장이었던 김쌍수(金雙秀)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 겸 사장은 “매년 30% 이상 생산성을 올리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LG가 2005년 세계 가전회사의 ‘빅3’에 들겠다는 목표를 꼭 이루겠다”고 말했다.

<창원〓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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