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우차 부평공장 르포…"다시 뛰어야 살아날 수 있다"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0분


“생산성이 떨어지고 설비가 노후되었다고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부평1공장 품질관리부 허영재씨)

“눈빛들이 확 달라졌습니다.”(차체1부 김수봉 과장)

21일 오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상에서 이른바 ‘분리매각’ 대상으로 지목돼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할지도 모를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일하고 싶다’는 의욕을 나타냈다.

물론 분리매각에 대한 걱정도 없지 않다. 17년 근무경력의 탁용관씨(42·조립1부)는 “매각이 안 되면 우리 힘으로 살아야 하는데 왜 불안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독자생존은 곧 대량의 인원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근로자 가족들도 마음을 졸이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그러나 27만평에 달하는 이 공장에 ‘다시 뛰자’는 분위기가 눈에 띄는 것은 분명했다. 근무시간 중에는 주도로와 간이도로에서 근로자를 발견하기가 어려울 정도. 하루 두 번 정해진 휴식시간 외에는 생산라인을 벗어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부평사업본부장인 한익수(韓益洙) 상무는 “최근 분위기가 크게 달러지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루한 매각협상과 달리 근무 분위기는 활력을 찾고 있다. ‘특근’도 살아났다.

“7월 한달간 1인당 특근이 평균 30시간에 달했고 휴가철인 8월에도 평균 15시간 이상 특근을 했습니다.”(품질관리부 김영화씨)

이런 분위기는 7월에 5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에도 힘을 받았다.

흑자전환의 첫번째 요인은 인력감축에 따른 구조조정. 대우차는 지난해 10월말 자구계획에 들어가 지난달 말까지 전체 인원의 30%가 넘는 7410명을 감원했다. 이 가운데 4156명이 부평공장 근로자들이었다.

7월의 흑자를 가능케 한 데는 부평공장 임직원들이 보인 노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3월부터 부평공장은 혁신프로그램(환경품질 책임제)을 본격 가동, 근로자 각자가 자기 영역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생산라인에서는 ‘생사초월 활동시간’이라는 슬로건이 나돌 만큼 비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 상무는 “올 상반기 생산량은 줄었지만 생산성은 9%, 품질은 40%가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평공장의 직원들은 내년 2월 양산체제를 갖출 신차 T200(프로젝트명·라노스 후속모델)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근로자는 “그때까지는 살아 남아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평〓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대우차 공장별 인력 감소 현황
부평군산창원
2000년 10월말10,824명2,769명3,700명
2001년7월말 6,668명1,582명3,375명

공장별 생산실적
공장별 생산실적부평군산창원
1999년 360,531대 148,192대449,814대
2000년295,732대213,787대263,933대
2001년

1∼7월

107,495대 63,953대138,017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