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정책협의회]비켜간 핵심…못미친 기대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2분


정부와 여야 3당이 이틀 동안 머리를 맞대고 경제정책 핵심사안들을 놓고 조율했으나 야당이 주장한 감세정책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탓에 발표문은 현안들을 다소 비켜간 ‘기대수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나마 재계가 줄기차게 제도 폐지를 요구한 30대 그룹 지정제도를 자산규모로 기준을 바꾸기로 정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한나라당은 당초 10조원의 세 부담 경감규모를 시간이 흐르면서 5조원으로까지 낮췄으나 정부 여당에서 감세규모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부담을 느껴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 야당은 추경예산 국회통과와 감세정책을 연계시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국회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감세정책, 추경편성 놓고 큰 이견〓감세정책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은 현재 어려운 경기상황을 바라보는 여당과 야당의 인식차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재정확대 정책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반면 야당은 눈앞의 경기문제에 매달리기보다 내년도 이후의 성장잠재력을 늘려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기문제를 푸는 방법에서 입장이 크게 다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조세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경제에 활기를 넣고 투자와 수출을 살려보자는 주장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올해 세수전망과 내년도 나라살림을 고려해 중소사업자와 봉급생활자에게 중점을 두자는 방침이나 구체적으로 세수경감 규모를 못박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중심으로 10%씩 깎아 5조원어치를 경감하도록 관련세법을 정기국회에서 고치자는 안을 내놨으나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30대 그룹 지정제도 개선 원칙만 합의〓규제완화 대목에선 30대 그룹 지정제도 기준을 바꾸기로 합의한 것이 그나마 큰 성과다. 자산규모가 큰 차례로 위부터 30까지 뚝 잘라 규제를 가했던 30대 그룹 지정제도는 자산규모를 정해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 제도를 현 정부가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웠던 ‘5+3원칙’의 큰 줄기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제도개편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권오규(權五奎)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한나라당에선 자산규모 40조원 이상으로 기준을 제시했다”며 “이는 4대그룹만 묶자는 주장이지만 공정위측에서 4대 이하 그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정했으므로 큰 폭으로 후퇴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 부채비율 200% 문제는 거론되기는 했으나 정부가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내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재계가 폐지를 주장한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이번 토론에서 핵심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다.

집단소송제도에 대해서는 단계적 도입방침과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보완장치를 함께 두도록 했다는 점에서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1차 여야정포럼 때 해결 안된 문제 다시 거론〓기업 금융구조조정 원칙과 금융이용자보호법 국회처리, 지역균형발전법 및 재래시장활성화 법안 등은 1차 여야정포럼 때도 거론됐으나 여야 대립으로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한 사안들이다. 여야는 관련법안을 빨리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업예산 규모와 전기료누진제 완화 방안, 소형주택 의무비율 문제, 지역균형발전기금 규모 등은 여야간 입장차이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영해·윤종구·송인수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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