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陳부총리 '법정관리 조속종결' 발언에 발끈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58분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법정관리 기업을 조속히 퇴출시키겠다고 말한 데 대해 6일 법원이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독자적으로 법정관리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울지법 파산부(변동걸·卞東杰부장판사)는 이날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가 진행중인 53개 회사의 관리인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진장관의 발언은 기업의 법정관리 종결, 폐지 여부와 그 시기를 결정할 권한이 오직 사법부에만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산부는 “법정관리를 맡은 법원은 병원이지 시체를 처리하는 장의사가 아니다”며 “파산부는 지금까지 외부의 간섭을 모두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법정관리의 조기종결 및 폐지를 실행해 왔다”고 말했다.

파산부는 이어 “이번 진장관의 발표로 정리회사가 객관적인 영업 현황과는 관계없이 곧 퇴출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법정관리인들은 법원의 의지를 대내외에 알려 회사를 안정시키는 등 타격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장관은 지난달 19일 열린 제2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대출규모 300억원 미만의 기업은 연내 퇴출시키는 등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파산부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4개 법정관리 기업에 대해 회사정리절차 폐지결정을 내리고 기아자동차와 삼미특수강 등 8개 회사의 법정관리를 조기종결했다. 현재 서울지법 파산부 관리하에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53개 회사중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개선된 회사는 전체의 69.8%(37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 흑자를 낸 회사도 73.6%(39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법원과 신속협의 의미"▼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법정관리기업에 대한 최종 처리는 전적으로 법원의 결정 사항임을 인정한다”며 “진 부총리의 발언은 여신규모에 관계없이 법정관리 및 화의 업체의 실태를 파악하고 신용위험 등을 평가한 뒤 법원과 협의해 필요한 조치가 신속히 취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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