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출자총액제한' 재계-공정위 논란 가열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36분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대해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논쟁이 뜨겁다. 논란의 핵심은 이 제도가 부활됨에 따라 기업활동이 얼어붙는다는 재계 주장과 이를 없앨 경우 재벌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꾀할 것이라는 정부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이 제도는 순자산의 25%이상을 다른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것. 초과지분은 앞으로 1년 이내에 팔아야 한다.

▽재계, “알짜기업도 팔아야 하나”〓A그룹 구조조정본부 L부장은 “이 제도에 따르자면 알짜기업마저 팔아야 할 판”이라면서 “증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공정위 입장은 단호하다. 오성환(吳晟煥) 공정위 독점국장은 “재벌이 환란(換亂)전으로 돌아가 영토확장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정부가 있는 한 출자총액 제한제도 같은 기본질서는 없앨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어발확장이냐, 투자걸림돌이냐〓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사회 주주총회 등 공식 의사결정기구를 무시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행태가 여전하다고 지적한 것.

이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黃仁鶴) 박사는 “98년 2월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없앤 규제를 이번에 더 강한 형태로 새로 부활시켰다”며 “기업들의 갈 길이 바쁜데도 정부가 발목을 또다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제도 폐지후 경제력 집중이 심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증시부담 얼마나 될까〓재계는 증시상황이 나빠 물량을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걱정한다. B그룹 재무담당 L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4조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면 매각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만 아니라 비상장주식은 팔려고 해도 팔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공정위 오국장은 “앞으로 1년동안 분산해서 내다 팔면 물량부담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며 “비관련 주식을 내다 팔고 핵심사업에만 집중하면 해당기업 주가는 오히려 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문제는 지배구조개선 진척 정도〓조명현(曺明鉉·경영학) 고려대교수는 “기업지배구조가 잘 돼 있으면 이런 제도를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다”며 “상당수 사외이사가 기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우리 현실에서는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황박사는 “무국적 경쟁이 심화되는 때에 기업정책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나가야 한다”며 “출자규제를 없애거나 적어도 일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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