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받고도 "언제 냈나"생떼...악덕사채업자 피해사례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0분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사채업자 샤일록이 되살아난들 이보다 더할까.

국세청이 최근 전국 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에 만든 악덕 고리사채업자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자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자가 하루에 1%씩 붙는 사채, 사채 한번 잘못 썼다가 이혼까지 당한 주부, 이자를 줬는데도 받지 않았다고 생떼를 쓰는 사채업자.’

국세청은 전국의 99개 세무서에 접수된 피해사례가 열흘만에 100건을 넘어섰다고 2일 밝혔다. 피해자 대부분은 신용이나 담보가 없어 금융기관에서 500만원도 빌리기 힘든 영세서민들로 사채를 썼다가 큰 곤욕을 치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한상률(韓相律) 소득세과장은 “신고자 신분은 가급적 노출시키지 않을 것”이라면서 “검찰과 경찰 등 유관기관에 통보할 경우에도 신원은 되도록이면 알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연간 360% 이자〓A씨(28·여)는 월세계약서를 담보로 해 서울 소재 사채업자로부터 1년 만기조건과 월이자 15%로 선이자 170만원을 제외하고 500만원(채권원금)을 빌렸다. A씨는 이자지급일인 매달 말일 3회에 걸쳐 이자를 사채업자에게 지급했는데 이자지급일이 경과하면 사채업자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덩치 큰 사람을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A씨가 빌린 돈은 선이자를 감안하면 이자율이 월 30%로 연간으로는 360%에 해당하는 엄청난 고금리.

▽빚에 시달리다 이혼까지〓B씨(35·여)는 급전이 필요해 부산지역 사채업자로부터 500만원을 빌렸으나 돈을 갚지 못했다. 사채업자는 B씨의 시댁식구들을 협박했고 결국 B씨는 이혼을 하게 됐다. B씨는 아이들을 친정에 맡겨둔 채 도망다니고 있다.

▽“돈 안 갚았다” 생떼〓C씨(47)는 경기지역에 있는 사채업자로부터 100만원을 빌린 뒤 계좌이체를 통해 이 사채업자에게 180만원을 갚았으나 사채업자는 이 계좌가 본인과 관계없는 계좌라며 생떼를 썼다. 결국 이 사채업자는 보증인인 C씨 동생의 회사에 채권금액 1000만원을 압류 조치했다.

▽트럭까지 압류해〓충북에 거주하는 D씨(41)는 구멍가게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사채업자로부터 300만원을 빌렸다. D씨가 이자를 한번 늦게 내자 사채업자는 열흘에 10%씩 연 365%짜리 가산금리를 적용, 보증금과 트럭을 압류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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