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동시감소 비상]경제성장 엔진 모두 멈춰서나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22분


우리나라 수출입 규모가 95년 수준으로 후퇴하면서 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대이다. 한국은 수입한 원자재를 숙련 노동자가 부가가치를 더해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산자부가 잠정 집계한 4월 수출입실적을 보면 올해 한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1910억달러(작년 대비 10.8% 증가) 수출은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월 수출과 수입은 작년 4월보다 오히려 줄었다. 3월에도 작년 3월보다 줄었다. 2개월 연속 뒷걸음친 것이다. 특히 수출액과 수입액이 전월보다 줄어든 것은 한국의 성장엔진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수출은 주력시장인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가 나쁜 탓이라 할 수 있다. 수입이 대폭 줄어든 것은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일정 기간 수출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수출을 이끄는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늘어날 리 없고 내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96년 9월(수출 ―9.0%, 수입 ―1.8%) 이후 55개월만이다.

수출 부진은 세계경기 위축으로 반도체와 컴퓨터 섬유류 철강 석유화학 선박 등 주력품목의 수출단가가 떨어지고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입부진은 설비투자 축소와 내수부진 유가하락 등으로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사치성 소비재인 모피의류 악기 승용차 컬러TV 음향기기 등 고가제품 수입이 작년보다 12∼58% 늘었다.

수출업계는 최근 세계경기 위축과 금융시장불안 노사불안 내수부진 등 기업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으로 울상이다. 특히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력 수출시장이 한국에 대해 반덤핑이나 세이프가드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 한국호’가 쾌속 항진하려면 정부가 책상머리에서 만든 단기대책보다는 수출기업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출입 규모 축소와 함께 내수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반이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4분기의 내구재 소비는 국제유가 급등, 증시침체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99년 4·4분기에 비해 6.2% 감소했다고 1일 발표했다. 내구재 소비는 외환위기 이후인 98년 33.2% 감소했다가 99년 45.4% 증가했었다.

지난해 4·4분기 주요 내구재 소비추이를 보면 가구와 VTR가 각각 15.6% 감소했고 무선전화기 13.2%, TV 10.2%, 음향기기 9.3%, 승용차 8.1% 순으로 많이 감소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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