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업무와 관계없는 '딴짓'이 기업 활력소" …'자이오넥스'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27분


방건동기술이사, 임헌욱기술이사, 류동식사장(왼쪽부터)
방건동기술이사, 임헌욱기술이사, 류동식사장(왼쪽부터)
3∼4년 전 미국 보스턴 MIT대학의 ‘총각기숙사방’에서는 ‘최적화 엔진’이라든가 ‘협업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야기가 밤새 이어지곤 했다.

‘MIT박사과정 한국인유학생 모임’에서 소프트볼을 하면서 만났던 세 사람은 이제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무실에서 매일 얼굴을 맞댄다. ‘총각기숙사방’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은 2주 전 티큐브(T3)라는 기업용 c커머스 솔루션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협업상거래’를 의미하는 c커머스는 제조업의 설계 생산 물류 판매 등을 이뤄나가는 각 부서와 협력업체들간의 활동을 온라인 기반에서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

기업용 솔루션업체 ‘자이오넥스(www.zionex.com)’의 류동식사장(33)과 임헌욱(33) 방건동기술이사(31)는 MIT동창생이다. 자이오넥스는 99년 7월 설립됐지만 MIT학생시절부터 사업 구상을 해온 셈이다. 티큐브 자체의 개발기간만도 족히 2년은 넘는다.

“미국의 벤처캐피탈 모임에 참가해 발표도 많이 해봤어요. MIT에는 ‘15K경진대회’라는 것도 있죠. MIT의 기업가클럽이 후원, 매년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심사하고 1위를 하면 5만달러를 줍니다. 98년에 우리끼리 ‘인포메이션 팩토리’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자이오넥스의 모태가 됐죠.”

이어 류사장은 “5만달러는 다른팀에게 돌아갔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MIT의 첨단 기술인력과 쟁쟁한 경영학 인력에서 얻은 경험은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2년 전부터 MIT에서 서로 다른 시스템간에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됐어요. 미국에서는 99년 상용화됐고요.”

방이사는 당시 MIT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종시스템간에 정보를 이어주는 ‘파이프’역할을 하는 것으로 티큐브의 원천기술이 됐다.

임이사는 학위를 따고 3년간 미국에서 공급망관리(SCM)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업체에서 일을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류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아직 제품자체를 검증해 평가하기 보다는 개발한 곳의 브랜드만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솔루션을 제대로 테스트해보지도 않고 유명한 외국기업의 값비싼 제품을 그냥 받아들인다는 것. 류사장은 ‘성능’과 ‘가격’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풍토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영어는 ‘선수급’인 이들은 직원들과 함께 일본어를 공부한다. 25명의 직원들이 각 분야의 기술에 대한 세미나와 어학스터디모임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전직원 라켓볼대회나 서바이벌게임도 심심찮게 열린다.

“지난해에 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0억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회사, 직원의 건강, 직원의 역량은 같이 커져야죠.”

직접 업무와 관계없을 듯한 ‘딴짓’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류박사의 설명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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