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출자전환]현실론 대세…결국 회생으로 가닥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29분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까지 불리는 현대건설 처리가 대규모 출자전환과 신규 자금 지원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최종 결론은 29일 오전에 열리는 채권단협의회의 논의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하지만 대세는 현대건설을 살리자는 쪽이다. 일부에서 법정관리 등 ‘원론적 처리’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경기 둔화를 겪고 있는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회생’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우세한 탓이다.》

28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도 이런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살리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다만 정부가 과거와 달리 현대 처리에 관한 결론을 채권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모양을 만들어줌으로써 향후 출자전환과 자금 지원 과정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잡음을 최소화하자는 뜻에서다.

일부 채권단들도 바로 출자전환할 경우 1조∼2조원 가량 운영자금을 새로 대줘야 하므로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해 막판 진통을 겪었다. 이런 논의 과정에서 일단 법정관리로 가서 자금 부담을 줄인 뒤 시간을 벌어가면서 가장 좋은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 그러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현대건설의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떨어져 해외공사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현대건설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건설 주요 적자내용
투자유가증권 매각손실4053억원
이라크 공사대금충당금5554억원
진행중인 공사미수금5858억원
재고자산 평가감액3959억원
예정원가초과손실4691억원

법정관리는 곧 부도라는 인식도 상당히 부담이 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정부는 그동안 현대 문제에 너무 깊이 발을 들여놓아 ‘특혜 논란’까지 빚은 점을 감안해 ‘정부측 방향’을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진념(陳稔)경제부총리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정부측 방향은 있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채권단이 결정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 현대를 살리려는 정부의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정부 및 채권단의 상황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현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력 회생 △출자전환 △법정관리라는 3단계 대책을 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자력 회생 가능성에 집착해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측은 이를 통해 현대측으로부터 서산농장 매각 등 자구계획과 고 정주영(鄭周永) 전명예회장의 사재 출연 등을 끌어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을 통해 현대로부터 받아낸 7485억원의 자구계획 규모중 2월말까지 실적은 384억원에 그쳤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결과적으로 지난해 현대의 재무구조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이 다소 안이한 판단을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다만 현대건설이 해외 110개 건설공사를 맡고 있고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60억달러에 이른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칼로 무베기’식의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출자전환으로 매듭지어짐으로써 현대건설의 감자와 대주주의 경영권 상실은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기존 경영진의 완전 퇴진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새 인물로 새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나 현대측 인물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현대건설의 새 사장으로는 이 회사 사장 출신인 이내흔 심현영씨와 부사장출신인 어충조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은 특히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회장에게 현대건설이사회 회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연속성의 의미를 갖도록 할 방침이다.

이제 남은 것은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퍼부어 현대건설을 완전히 살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00억원밖에 안돼 이자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대규모 출자전환으로 부채가 3조원선으로 줄어든다고는 하나 이자비용은 연간 3000억∼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 활동에서 그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느냐가 현대건설 회생의 관건이다.

<권순활·홍찬선·이훈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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