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엔 외국인이 없다…다국적기업 글로벌화 확산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34분


88년 국내에 진출한 미국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는 사장이하 직원이 300여명에 이르지만 외국인은 한 명도 없다.

국내에 진출해 있으나 분명 외국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인데도 불구하고 본사에서 파견된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등이 없는, 말 그대로 ‘외국인이 없는 외국기업’이 늘고 있다.

미국계 보험회사인 푸르덴셜생명보험에는 생활설계사 1011명은 물론 본사 직원 271명 가운데에도 외국인은 없다. 광네트워킹과 데이터 네트워킹 솔류션 등의 개발업체인 한국 루슨트테크놀로지(350명), 인텔코리아(113명), 통신용 반도체 솔류션 업체인 커넥선트시스템스코리아(33명), 컴퓨터 소프트에어 업체인 한국CA(82명), 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생산하는 어바이어(30여명), 영국계 윤활유 회사인 캐스트롤(55명) 등도 ‘외국인없는 외국회사’들이다.

한국화이자 한국3M 한국하인즈 등은 대표이사 사장 1명만이 외국인. 국내 진출 33년을 맞는 한국IBM도 1900여명 임직원 중 임원 1명만이 본사에서 직접 파견돼 있다. 한국하인즈의 존 엘리어트 대표이사도 한국 근무경력 10년으로 ‘사실상’ 한국인 경영자로 정평이 나있다.

이처럼 본사에서 사장이나 임원을 파견하지 않는 현상은 다국적기업들의 현지화 전략과 관련이 깊다. 한국 현실에 맞는 경영은 현지인이 더 잘 알 것이라는 것. 선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국제 감각을 갖춘 국내의 실력있는 경영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인터넷 등 통신 네트워크의 발달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현지법인과 본사간 필요한 자료나 정보, 경영지침 등을 원활히 공유할 수 있게 된 것도 굳이 직원을 파견하지 않는 배경이 되고 있다.

외국기업의 본격적인 한국진출 3년여를 맞으면서 본사에서 직접 사장을 파견하다 현지인 사장으로 교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BMW코리아가 지난해 8월 김효준사장을 임명했으며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도 지난해 11월 한국인 사장을 임명했다.

한국MS 고현진(高賢鎭)사장은 “현지인들로만 운영되는 회사가 늘어나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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