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한국엡손사장 "미술 대학들에 프린트기 무상후원"

  • 입력 2001년 1월 29일 19시 00분


“엡손의 프린터 기술을 후원 받은 학계인사들은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하더군요.”

프린터기기 생산업체인 한국엡손의 다카하시 마사유키(高橋正行·59)사장은‘산업을 키워서 제품을 판매한다’는 독특한 전략으로 국내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 미술·디자인 관련 대학들에 프린터를 무상으로 후원하는 산학연계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도 높이고 제품 판매도 늘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봤다.

‘실물보다 더 선명한 프린터’를 강조해온 결과 한국에서 팔리는 프린터의 4대중 1대가 한국엡손이 공급한 제품이다. 한국시장에서 큰 매출신장률을 거둔 덕분에 외환위기 여파로 한국지사 설립 첫해에 받았던 보조금 지원도 99년부터는 받지 않고 있다. 한국엡손의 위상도 본사에서 크게 높아졌다.

“한국 프린터시장의 잠재력은 대단합니다. 현재는 보급형 잉크젯트 제품이 주종이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 사진처럼 선명한 고급 프린터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엡손이 한국의 컴퓨터 프린터시장에 기울이는 노력은 각별하다. 해외법인에는 중역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엡손은 본사 중역인 그를 98년 외환위기 직후 한국에 보냈다. 그는 98년 한국으로 부임하기 전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 현지법인의 최고 경영자(CEO)를 역임했다.

다카하시 사장은 60세를 코 앞에 뒀지만 권위와 체면보다는 사원과의 화목을 앞세운다. 사원들과 거리감을 없애고 사장이 무엇을 하는지 사원들이 알 수 있게끔 일부러 확 트인 사무실을 골라 입주했다. 82년 엡손에 입사하기 전까지 일본무역진흥협회(JETRO)소속으로 세계시장을 돌아다니며 몸에 밴 그의 개방적 자세를 읽을 수 있다.

다카하시 사장은 “컴퓨터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앞서가는 선진국”이라며 “한국정부의 규제완화 노력 덕분에 비즈니스에 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는 “매출이 확대된 몇 년전부터 한국에서 거둔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는 사업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에도 약 9000만원의 기금을 모아 생활이 어려운 소년소녀가장의 장학금과 사회단체 지원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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