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설이요? 귀향직원 월급도 못주는데…"

입력 2001-01-21 16:28수정 2009-09-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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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에서는 설 대목의 들뜬 분위기를 도무지 느낄 수 없다. 곳곳이 썰렁하다. 설날을 며칠 앞둔 19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 144 블록. 대우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대의실업 근로자들은 TV 브라운관 케이스와 볍씨를 담는 육묘상자를 플라스틱 사출기에서 뽑아내고 있었다.

이 회사는 85년 회사 설립 후 줄곧 남동공단과 군산공장에서 생산품의 90%를 대우차에 납품해 왔다. 플라스틱 휠 커버와 라디에이터 그릴 등 자동차 부품이 주요 생산품.

휠 커버 생산라인에는 사출기가 멈춰 사흘 전 뽑은 1차 제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자동차용 부품 대신 농업용 육묘상자 등을 생산하는 것은 대우차 의존도를 낮추려는 방안의 하나다.

최근 자동차 부품 주문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월 매출액도 지난해 10월 30억원에서 두 달 뒤인 12월엔 1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종록 사장은 “1, 2월 매출액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알 수 없어 한 전자회사를 찾아 브라운관 케이스 주문을 받았다”며 “설에 귀향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의실업은 지난해 납품 대금으로 받은 대우차 진성어음 51억원 가운데 10억2000만원은 현금으로 바꿀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정리채권으로 묶이는 바람에 자금난을 겪고 있다. 공장과 기계는 물론 주택과 적금통장까지 담보로 잡혔다는 이사장은 “40여개의 2차 협력업체에 발행한 2개월 짜리 어음을 막느라 월급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웃 150블록에 있는 ㈜창원. 이 회사 대형프레스 17대 중 16대는 ‘웅’하고 헛도는 소리만 내고 1대만 ‘쿵쾅 쿵쾅’ 굉음을 내며 금속제품을 찍어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100명이 넘는 직원이 북적거렸을 작업장에는 25명이 나와 프레스 1대가 토해내는 수출용 금속 페달 부품을 옮겼다. 이준배 사장은 “지난해 10월까지 가동률이 75∼80%였으나 대우차 부도 후 40%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우차 부도 이후 이날까지 부도가 난 1차 협력업체는 모두 18곳. 2차 협력업체 4개사도 1차 협력업체에서 돈을 받지 못해 부도가 났다. 1월2일 부도가 난 ㈜다성은 대우차에 납품하는 부품이 600가지가 넘는다. 이 회사가 문을 닫으면 100여개의 하청업체를 포함해 협력업체 전체가 대우차에 부품 공급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매일 대책을 논의하는 협력업체 사장들은 “지금까지 지원 자금으로 497개 대우차 1차 협력업체들이 대우 정리채권의 40%만 현금으로 바꿀 수 있었으나 이것만으로는 2월을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우가 부도나기 전 월평균 170만원을 받던 ㈜창원의 임경상 대리(40)는 “쉬는 날 노동부에서 주는 휴업수당까지 합해 한 달에 80만원을 받는다”며 “초등생 아들 둘의 학원 과외를 끊고 아내를 부업 전선에 보내 설 귀성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산업단지공단 남동지원처는 “운송장비 비금속 기계 음식료 업종의 가동률이 지난해 10월 85%선에서 올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설 연휴 기간에 공장을 가동하는 업체도 지난해 입주업체의 30%에서 올해 1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정렬 인천지역본부장은 “외부의 지원은 강화되지만 대우차와 협력업체에서 일거리를 구하러 쏟아져 나오는 인력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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