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野 나흘새 81건 폭로…일부 타당

  • 입력 2001년 1월 20일 17시 07분


‘해도 너무한다.’

한나라당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공적자금과 관련한 ‘폭로’에 대한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110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를 제대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적자금 청문회의 본질이 무시된 채 왜곡되거나 아예 사실과 다른 주장들이 여과없이 전달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17일부터 20일까지 쏟아낸 자료는 무려 81건.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주장 중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도 있지만 상당수는 구체적인 사실 검증없이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한 건주의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자체가 틀린 주장들〓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의원은 17일 밤 “정부가 퇴출된 5개 은행의 자산을 헐값으로 계산해 인수 은행에 넘겼다”는 자료를 뿌렸다. 이 자료는 김의원이 강제 퇴출된 5개 은행 공동투쟁위원회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이튿날 일부 신문에 ‘236만원짜리 복사기 단돈 1000원에 넘겨’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확인결과 김의원은 자료에 명시된 ‘장부가액’이 ‘취득가’로, ‘충당누계’를 ‘장부가’, ‘장부잔액’이 ‘양도가’로 조작된 것을 확인하지 않아 잘못된 주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법인세법 시행령에 규정된 대로 감가상각 충당금을 뺀 금액으로 복사기 등 물품가격을 책정해 인수은행에 넘겼다. 이는 수십만건에 달하는 업무용 물품을 하나하나 시가로 매각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익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한구(李漢久)의원은 조합성격의 신협에 1조5000억원의 예금을 대지급한 것은 공적자금의 편법 투입이라며 정부를 질타했다. 그러나 97년 말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할 때 정부는 신협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시켜 안을 제출했지만 당시 재경위 소속 의원 30명이 정부안에도 없던 신협을 집어넣어 법을 개정한 것으로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아니라 의회에 있다. 그는 잘못된 수치를 근거로 대한생명의 공적자금투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안택수(安澤秀)의원은 ‘동화은행 퇴출결정은 비자금계좌 소멸을 위한 것’, ‘평화은행이 동화은행에 비해 재무상태가 더 나빴지만 한국노총과의 정치적 타협으로 동화은행을 희생시켰다’는 등 확인 불가능한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일리있는 주장들〓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의원은 “은행이 고객 신탁자산을 떠 안는 바람에 광주 제주 경남 평화은행에서만 5013억원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시장 혼란을 고려한 부득이한 조치로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는 해명했으나 심의원의 주장은 타당하다.

또 이한구 의원은 ‘산업은행이 사주는 회사채 20조원과 토지공사의 부실기업 부동산 매입 3조원도 사실상 공적자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산은 회사채 인수는 공적자금은 아니며 토공은 금융구조조정 전담기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산업은행이나 토공이 부실화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에 일리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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