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회장 현대車 손뗐다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50분


현대자동차 창업주 정주영(鄭周永·사진) 전 명예회장이 현대차 창업 55년 만에 자동차에서 손을 뗐다. 그동안 갖고 있던 현대차 지분 0.97%의 매각정리가 완전히 이루어진 것. 이로써 정 창업주는 1946년 자동차 정비업체 현대자동차공업을 세운 이래 애지중지했던 자동차사업과 법적으로 결별했다.

▽매각대금 현대건설 증자에 투입〓정 전 명예회장은 현대차 지분 매각대금으로 현대건설 유상증자에 참여, 건설 지분을 15.51%로 늘렸다. 따라서 그의 지분은 현대건설(15.51%), 현대중공업(0.51%), 현대상선(0.28%)외에는 모두 정리된 셈. 현대차 최대주주는 이로써 10.9%를 소유한 현대모비스가 됐다. 반면에 정 창업주는 현대건설 주식 5062만주를 보유, 건설의 최대주주로 자리잡았다.

▽“건설에서 벌어 건설로 환원”〓정 창업주는 지난해 상반기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선언이후 보유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1280만주를 지난해 8월 장내매각한 이후 5개월에 거쳐 1897만주를 처분했다. 주요주주의 보유주식 변동보고는 증권거래법상 다음달 10일로 돼있어 1월10일 그의 자동차지분이 실질적인 면에서 완전히 ‘제로’가 된 것. 현대건설에서 번 돈을 기반삼아 1967년 본격적인 자동차산업에 참여한 그였다. 이번에 현대차 지분을 정리, 그 돈을 현대건설에 재투입함으로써 ‘건설에서 벌어 건설로 환원시킨’결과가 됐다.

▽창업에서 퇴진까지〓정 창업주는 약관 20대에 “내손으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울산에 종합자동차 공장을 준공(75년), 순수 국산차 생산에 들어갔다. 최초 국산차인 포니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음해인 76년. 국내 시판과 함께 에콰도르에 이 차를 첫 수출했다. 포니는 첫 국산차와 첫 수출차 영예를 동시에 차지한 셈. 80년대 들어 포니 단일차종으로 50만대 생산을 돌파(84년)했다. 자동차업계 숙원이던 미국에 상륙(86년), 4개월 만에 5만2400대 판매기록을 세워 전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세계 자동차 8강업체까지 견인〓정 창업주는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독자엔진을 개발(91년), 세계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현대차(기아차 포함)의 생산능력은 연간 321만대. 지난해 현대차는 수출 144만대, 내수 105만대 등 모두 250만대를 팔았다. 자동차 불모지에 뛰어들어 세계 8위의 자동차 생산기업으로 현대차를 키운 정 전명예회장의 ‘신화’는 한국자동차산업사(史)에 분명한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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