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車 채권단 "생명주식 직접 처분"

  • 입력 2001년 1월 9일 22시 07분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9일 삼성측이 삼성차부채 2조4500억원을 갚기 위해 담보로 제공한 삼성생명 주식을 직접 처분키로 결정했다. 또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금주 중 보낸 뒤 삼성측이 이를 거절할 경우엔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는 등 ‘삼성 압박하기’에 나섰다.

▽삼성생명주식, 임의매각한다〓한빛 외환 등 삼성차 주요 채권단은 삼성생명 주식을 직접 처분하기 위해 이번주 중 ING베어링 JP모건 아서앤더슨 등 7개 국제 투자은행에 매각 주간사 참여를 묻는 ‘투자 제안요청서’를 보낸다. 한빛은행 김종욱상무는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주가를 실사해 매수자를 찾는 데 18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각대상은 채권단이 보유한 350만주 중 서울보증보험이 자사 몫으로 확보, 자산담보부증권(ABS)으로 유통시킨 약 117만주를 제외한 233만주다. 서울보증보험은 주당 70만원에 발행한 ABS를 삼성생명에 인수시켜 약 8000억원을 받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삼성계열사가 나머지 담보주식에 대해서도 ABS 형식으로 해결해주기를 바랐으나 삼성측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임의매각에 나선 이유〓1999년 8월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은 삼성차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주 350만주를 사재출연해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또 삼성측은 이를 2000년 말까지 매각해 부채를 갚되 처분액이 2조4500억원에 못미치면 △이회장이 50만주를 추가 증여하고 △삼성계열사가 부족액을 지원하며 △삼성계열사가 지연 이자를 대지급하는 등을 합의했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삼성생명의 상장이 늦춰져 매각이 어렵게 됐다. 또 지난해 참여연대가 “삼성전자가 삼성차의 손실 부담에 참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연대채무 이행을 저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측은 지난달 초 채권단에 “이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50만주를 추가로 내놓되 삼성계열사는 연대채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

▽소송까지 갈까〓한빛은행의 김상무는 “임의매각을 중지해달라는 요청이 없는 이상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의 지분(400만주)이 20%로 1대 주주인 에버랜드(약 19%)보다 높은 상황이어서 삼성측이 경영권 약화를 의미하는 임의매각을 관망할 수만은 없을 것.

채권단은 삼성측이 이달 말까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법률적 검토 결과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채권단도 법정 소송으로 번지기를 바라지는 않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입장에서 삼성은 오랜 고객인 만큼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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