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정책 허와 실]구조조정 자칫하면 차질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47분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쪽에 두기 시작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굳이 ‘경기부양’이란 표현 대신 ‘제한적 경기조절’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2001년 경제운용방향’을 보면 정책변화를 보여주는 내용이 곳곳에 들어있다.

내년 세출예산의 60∼70%, 자금규모로는 60조∼70조원을 상반기에 앞당겨 배정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투자비 성격의 예산은 무려 80% 이상이 상반기에 사용된다.

지역의 신시가지 건설계획은 방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건설경기가 가장 어렵고 지방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

경기활성화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하반기 이후 두드러진 경기침체가 당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경색은 여전하고 산업간 지역간 계층간 성장 및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다. 경제난은 자칫 정치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재정을 동원한 일정수준의 인위적 경기부양책으로 경기하강세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건 뒤 하반기에 민간주도의 자율회복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로 구조조정을 강조해온 정부가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에 나선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경제연구기관들도 “단기적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우선 구조조정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정부가 경기부양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칫 구조조정이 늦춰지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외양간 고치려다 소를 잡는’ 식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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