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백화점엔 왜 시계-창문이 없을까?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8시 42분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상행선은 왜 시계방향으로 돌까. 백화점에는 왜 시계와 창문이 없을까. 또 잡화매장은 오픈형인데 의류매장은 왜 박스형일까.

일반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이 같은 배치. 이는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백화점의 치밀한 ‘전략’이다.

상향 에스컬레이터를 시계방향으로 배치한 것은 우측 통행 문화권을 배려한 것. 시계반대방향으로 설치할 경우 손님들은 무언가 가로질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끼게 된다는 것.

최근 롯데백화점이 본점 2층 매장 상행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실시한 고객흐름 조사 결과 2500명의 통과객 중 우회전 또는 직진한 사람이 전체의 34%, 좌회전한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반면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사람들은 물건을 산 뒤 마음이 편해져 반시계방향으로 돌아도 부담을 적게 느낀다는 것.

이런 흐름 때문에 상행 에스컬레이터의 오른쪽 매장은 왼쪽 매장보다 등급이 높아 고가품이나 인기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시계와 창문이 없는 것은 날씨와 시간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느긋하게 쇼핑을 하라는 뜻이다.

의류매장과 잡화매장이 다르게 생긴 것은 구매 형태가 다르기 때문. 의류는 편안하게 입어봐야 잘 사고 잡화류는 지나다가 충동구매를 하는 일이 많아 각각 폐쇄형과 오픈형으로 되어 있다.

이 밖에도 백화점 판매사원들은 △부츠를 팔려면 같이 온 남성의 의견을 존중하라(남자가 사주는 경우가 많다) △숙녀화는 오른쪽을 먼저 신겨라(대개 오른발이 작아 예뻐 보인다) △신사정장은 바지까지 입어본 경우 70% 이상이 산다 등의 판매전략을 숙지하고 있다.

조용석 롯데백화점 본사 영업전략팀장은 “백화점 시설들은 소비자의 행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맞춰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사해보니 남성고객이나 아이를 동반한 여성고객들은 여전히 쇼핑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어 이들을 위한 서비스 및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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