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은행 감자… 공자금 6조8000억 휴지조각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00분


정부의 은행구조조정 정책실패로 6조8000여억원의 혈세(血稅)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에 따라 은행 구조조정 실패와 추가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부 및 은행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와 우량은행간 합병을 통한 2단계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추가로 투입될 7조1000여억원의 공적자금도 ‘성과 없는 국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8일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는 한빛 등 6개 은행의 주식을 전부 없애는 완전 감자(減資)를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이들 은행에 추가 공적자금 7조1000여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1차 공적자금은 그동안 누적된 부실을 해소하는데 사용됐지만 대우그룹 사태가 터지고 금융기관의 여신 건전성을 판정하는 기준이 까다롭게 바뀌면서 은행에 추가적인 부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1차적으로는 경영을 잘못한 은행측에 책임이 있지만 정부도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또다시 부실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된 이유로 △초기투입시 정확한 부실규모 파악 없이 정치논리에 밀려 성급하게 정책을 결정했고 △기업구조조정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금융기관에 전권을 맡기고 제대로 감시를 하지 않았으며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방치했고 △정부 내에 뚜렷한 책임 주체가 없었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구체적으론 한빛 등 6개 은행에 투입됐던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은 이들 은행의 자본금을 늘리는데 들어갔다가 기업부도에 따른 손실을 털어내는데 쓰여졌다. 대우자동차 등 대우그룹 부도 등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난데다 잠재부실 기준을 강화하면서 충당금적립비율이 20%에서 50%로 높아졌기 때문에 충당금을 더 쌓아야 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결국 부실 대출과 은행원의 모럴해저드로 발생한 부실을 메우는데 공적자금이 쓰였다.

한빛은행의 경우 1차 공적자금 투입시 3조2000억원이 출자 형태로 지원됐으나 당시 한빛은행이 요청한 금액은 9조5000억원이었다. 이와 관련, 예금보험공사 담당자는 “1차 투입 때는 실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동아건설 우방 등 사전에 제대로 구조조정을 했더라면 살 수도 있었던 기업을 방치함으로써 투입된 자금이 더욱 불어났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상무는 “기업구조조정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금융기관에 구조조정 전권을 맡기는 바람에 공적자금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우를 범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를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실기업주에 대해서는 징계가 일부 이뤄지긴 했지만 금융기관의 임원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워크아웃 기업의 임원 연봉이 10% 이상 올라갔고 부실은행의 무이자대출과 임금 인상 등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또 공적자금 집행 이후 관리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공적자금관리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재경부 금감위 예보 자산관리공사가 서로 공적자금 집행에 대한 책임을 떠넘겨왔다.

<박현진·이훈·김승련기자>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