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 2000]'겉핥기' 심사 공정성 논란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24분


21세기 ‘통신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사업권의 주인은 SK텔레콤과 한국통신으로 일단 판가름났다. 내년 2월 동기식 사업자가 추가 선정되면 국내 통신산업은 ‘단순 음성’에서 ‘무선 멀티미디어’로의 대도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는 이번 사업자 선정결과에 대해 “심사위원단이 정부의 사업자 허가요령과 사업자들이 낸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심사위원 선정과 평가과정에 외부의 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 때와 같은 허물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심사가 사업계획서 위주로만 진행되는 바람에 기술자립이나 관련 산업육성 등 국가적 과제로서의 의미가 희미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기식 시장을 보호한다는 정책취지가 실종된 것은 단적인 부분. 정통부는 동기사업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술표준 자율원칙과 일정까지 변경하는 무리수를 썼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는 동기식 분야 최약체 업체인 LG가 비동기식 경쟁에서 떨어져 동기식 시장 보호의 총대를 멜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통부가 훗날 발생할지도 모를 잡음에 대비해 투명성과 공정성에만 집착한 나머지 동기식 시장 존립을 위협하는 ‘최악의 패’를 뽑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선정작업의 득실〓사업권 선정을 위해 신청업체들과 정부가 공들인 기간은 1년6개월여. 쏟아부은 노력과 자금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결과는 SK텔레콤과 한통 등 2세대 휴대전화 사업자들이 고스란히 대를 이어 3세대 서비스에 ‘재진입’했고 LG도 동기식 사업권 확보의 여지를 확보했다. 이는 “기존 업체들에 일정 대가를 받고 사업권을 나눠주자”는 사업자들의 과거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정부가 컨소시엄 구성을 요구하는 바람에 통신사업자가 6개로 늘어나게 됐다”면서 이로 인한 중복투자와 과잉경쟁 등을 우려하고 있다.

비동기식 분야의 기술력을 자랑해온 LG가 기술점수에서 최저점을 받은 것은 의문점. LG는 “가장 경쟁력 있는 기술분야에서 최하점을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적한 과제〓정부는 이번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정책추진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업계획서 제출기한을 연기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노출했기 때문.

선정과정의 후유증을 해소하고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과제다. 국내업체의 기술자립도를 높여 국내 IMT―2000 시장을 방어하고 해외시장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 사업권 획득사들도 5조원 안팎의 투자가 요구되는 대규모 사업 추진은 큰 부담이다. 휴대전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2세대 사업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향후 불어닥칠 통신업계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의 파고(波高)도 험난할 전망이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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