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4곳중 1곳 빌린돈 이자도 못벌어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57분


올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들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으나 여전히 4개중 1개꼴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매출액 20억원 이상 전국 2243개 업체의 상반기(1∼6월) 경영실적을 조사,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4일 밝혔다. 조사대상 업체 중 제조업은 1807개.

▽겉보기에는 개선〓제조업체들의 6월말 현재 평균 부채비율은 193.1%로 작년말 214.7%에 비해 21.6%포인트 하락했다. 67년(173.4%)이후 3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

매출액 경상이익률도 5.1%로 작년 상반기 4.2%에 비해 0.9%포인트 상승, 27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내고도 51원의 이익을 남긴 것. 금융비용을 빼기 전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높아 8.6%에 달했다.기업퇴출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이자보상비율(금융비용에 대한 영업이익의 백분율)은 평균 169.5%로 전년 동기의 105.3%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상반기 매출액도 수출과 내수(內需)가 모두 호조를 보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9% 증가,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모두 나무랄 데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꺼풀 벗겨보면…〓그러나 차입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영업손실을 내는 기업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취약한 구조는 여전하다.

6월말 현재 이자보상비율이 100%에 못미치는 제조업체는 484개로 전체의 26.7%. 작년 상반기 말 30.4%에 비해 조금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업체는 지난해 11.4%에서 올 상반기에는 12.3%로 늘어났다. 전체 제조업체 평균 이자보상비율(169.5%)도 미국(354%) 일본(292%) 등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차입금 의존도 역시 6월말 현재 41.4%로 작년말 42.8%에 비해 개선됐지만 미국(27.7%) 일본(33.7%) 등을 따라잡기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한국은행 정정호 경제통계국장은 이에 대해 “경영환경이 좋을 때 부채를 갚을 생각을 하지 않고 유가증권 투자 등에 골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체들은 올 상반기 4조6000억원을 추가로 주식 등 유가증권에 투자, 5조800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6월말 현재 유가증권투자 잔액은 73조3000억원.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