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주택-일성건설 '억울한 퇴출' 항변]

  • 입력 2000년 11월 8일 23시 40분


《3일 금감원과 채권단의 기업퇴출 발표에 대해 법원과 일부 업체들이 “금융권의 일방적인 퇴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퇴출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2개 업체의 항변을 들어본다.》

▼대동주택▼

“채권 은행단의 결정이 졸속이었다는 사실은 발표 자료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의 이름이 틀릴 뿐만 아니라 화의인가를 받은 업체인데도 법정관리 상태로 분류해 두지 않았습니까.”

경남 창원시에 본사가 있는 경남 지역 최대의 주택 건설업체인 대동주택 임직원들은 채권은행단의 결정을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대표가 성희종(成熙琮)씨로 바뀐 지 1년이 넘었는데도 곽수환(郭秀煥)으로 잘못 기재했을 뿐만 아니라 올 4월 화의 인가가 났음에도 ‘법정관리’로 분류한 것만 봐도 채권은행단이 어떻게 일을 처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7일 창원지법이 ‘화의를 철회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공문을 회사에 보내면서 그동안 크게 동요했던 대동주택 임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들도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또 대동그룹 계열사인 창원 대동백화점의 매출도 15%가량 떨어졌다가 8일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대동그룹 임직원과 노조, 협력업체 대표자들은 9일 창원에서 대규모 규탄 대회를 갖는데 이어 10일에도 대동백화점 앞에서 집회를 갖기로 했다. 또 채권은행단의 결정으로 입은 이미지 손상과 직간접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대동주택은 최근 3년간 금융권의 지원을 단 한푼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은행의 돈을 끌어쓸 생각이 없는데도 채권은행단이 ‘신규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 화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파산으로 갈 것’이라는 잘못된 진단을 했다고 회사측은 주장하고 있다.

또 올 1월 부도가 난 이후 전국적으로 4924가구분의 아파트를 건립, 정상 입주시켰고 협력업체에 피해를 준 것도 없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이밖에 창원테니스 주경기장과 부산 지하철 정거장 등 관급공사의 수주도 활발한데다 서울의 대형업체와 경쟁해 등촌동 2차와 신월 2, 3차 재건축아파트 사업을 수주하는 등 경영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는 것. 올 6월말 기준 손익계산서상의 당기순익도 337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대동의 한 간부는 “주채권 은행인 주택은행이 채권변제를 요구했다가 이에 불복하자 퇴출 판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이 보는 의심의 배경은 이렇다. 대동주택은 주택은행으로부터 최근 3년간 미분양특별자금 350억원과 운전자금 220억원 등 570억원을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로 빌렸다.

주택은행은 대동이 부도가 나자 신용보증기금측에 대위(代位)변제를 요구했으나 신보측은 주택은행의 관리 소홀 등을 들어 일부만 변제하겠다고 맞섰다는 것. 이렇게 되자 주택은행은 대동주택에 나머지 금액의 상환이나 담보 제공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동주택은 이 돈이 주택은행도 동의한 화의채권이라며 은행측 요구를 거절, ‘불편한 관계’가 됐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87년 3월 설립된 대동주택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김해시 장유면 일대 장유신도시 2800가구와 양산 물금신도시 1500여가구 등 분양한 아파트의 중도금 미납과 해약이 잇따른데다 고금리의 지속, 신규사업 수주 부진 등으로 올 1월21일 부도를 냈다. 부도 당시 채무는 6600여억원. 대동은 부도 직후 화의를 신청, 4월26일 화의인가를 받았다. IMF관리체제 직후 대동그룹내 무역회사인 대동ITC를 매각하는 등 매각과 합병을 통해 계열사를 11개에서 6개로 줄였다. 또 회사 부지를 매각해 245억원의 현금을 확보, 경남종금과 교보생명의 채무를 모두 정리했다. 97년 8월에는 747명의 직원을 321명으로 절반 이상 감축하는 등 강력한 자구 노력 끝에 회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일성건설▼

일성건설 관계자는 7일 “우리 회사의 주채권은행이 서울은행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것만 봐도 금융권의 퇴출 판정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따르면 일성건설의 주거래은행은 제일은행으로 98년 부도가 난 뒤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각, 지금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은행들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

일성건설측은 97년 이후 계속해서 금융권과 행정부 사법부의 힘겨루기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이 어려워지자 98년 7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을 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서 워크아웃이 부결됐고 그해 12월 부도가 났다.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해 법원은 기업가치를 인정, 4월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했다. 그러나 자금줄을 쥐고 있는 채권단이 동의해주지 않다가 올들어 2월에 동의함으로써 정식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회사측은 금융권의 퇴출 발표가 법정관리 이전의 경영상황을 토대로 했다고 주장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채무동결 등으로 올 상반기 23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부채비율도 190%밖에 안되는 회사가 퇴출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더구나 법원의 공문 대로 정리계획을 한번도 어기지 않고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데 금융권의 일방적 퇴출 운운은 말도 안된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서울은행 여신관리부 관계자는 6월말 기준으로 볼 때 △일성건설은 수주실적이 미미하고 △도급공사 잔액이 1500억원에 불과해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잔존 채무를 상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우며 △결산서상 이익은 채무 면제 이익 등 특별 이익이지 정상적인 경상이익이 아니므로 채권은행들의 75% 이상이 최하위등급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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