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신세기통신 합병 심사조작 의혹

  • 입력 2000년 10월 30일 04시 51분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과정에서 통신시장의 독점 폐해를 우려하는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의결 내용을 허위로 조작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소속 김부겸(金富謙·한나라당)의원은 29일 “공정위가 4월27일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주식취득에 대한 의결사항’을 발표하면서 심의내용을 조작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고 주장하며 공정위의 심의의결 보고서 원본을 공개했다.

김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동안 세계 통신업계에서 유례가 없는 내수시장 점유율 1위와 3위업체인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결합이 숱한 논란을 일으켜 왔다는 점에서 경쟁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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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4월26일 전원회의를 열어 SK텔레콤㈜의 기업결합제한규정 위반행위에 대해 심의했으며 4월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심의결과와 다른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5월16일 당초의 심의의결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공정위 인터넷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공정위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통신업계의 기업결합은 세계적인 추세다’라고 발표했으나 전원회의 심의보고서에서는 ‘외국에서는 국가내 동일한 시장에 대해 수평결합이 흔하지 않으며 매각명령 등 시정조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도자료는 향후 ‘IMT2000사업이 2002년부터 상용화될 경우 현재의 이동전화 시장의 비중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병 승인이유를 밝혔으나 심의보고서는 ‘IMT 2000이 도입되더라도 현재의 이동전화 시장은 상당기간 존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다른 전망을 제시했다.

기업결합의 효과에 대해서도 심의보고서는 ‘효율성 증대 효과가 일부 있으나 경쟁제한성(독점)의 폐해를 상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보도자료는 ‘통신망의 통합운영, 신규 투자의 중복 회피, 국제경쟁력 강화 등 효율성 증대 효과가 인정된다’고 기업결합을 정당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의원은 “공정위가 의결한 내용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간 기업결합에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돼 있었는데 보도자료에서는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며 “공정위의 심의결과가 발표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정위 김병일(金炳日) 부위원장은 “보도자료 내용도 심의의결서와 동일하지만 국민에게 조건부 합병승인 이유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이같은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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