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대신 불법대출 파장]서민금고 위축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46분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금부분보장제의 태풍을 어떻게 피해없이 넘길 수 있느냐가 걱정인데, 수백억원대의 불법대출 사건까지 터졌으니….”(서울 모 신용금고 K부장) “일부 임직원들의 횡령사고로 신뢰가 크게 떨어졌는데 신용금고에서 사건이 터져 불똥이 튀지 않을지 걱정이다.”(한 신협 직원)

동방신용금고(서울)와 대신신용금고(인천)에서 터진 677억원(금감원 혐의 기준)의 거액 불법대출사건이 서민 및 지역금융기관인 상호신용금고와 신용협동조합 업계에 회오리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부 대주주가 기업인수합병(M&A)을 무분별하게 추진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신용금고에서 빼내간 것이어서 대부분의 금고나 신협에 그다지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여파가 확산될 경우 2차 구조조정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금융업계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동방금고 사건은 직간접적으로 금고 및 신협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금고는 IMF 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부도와 샐러리맨의 파산 등으로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난 탓으로 67개나 퇴출되거나 합병됐다. 앞으로도 20∼30개가 더 정리될 예정이다. 신협도 331개나 줄어들었으며 앞으로도 수십개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 예금의 5000만원까지만 보장해주는 ‘부분보장제도’가 시행된다. 신협은 5000만원이 넘는 예금비율이 7.1%밖에 안돼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신용금고는 5000만원 초과 예금비율이 50.9%로 절반을 넘는다. 신인도를 높여야 흔들리는 고객을 붙잡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사고가 잇따르면 머무르려고 했던 고객마저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금고와 신협은 그동안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보다 높은 금리와 지역밀착경영으로 틈새시장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높은 금리보다는 원금을 떼이지 않는 안전성이 더 중요시되는 ‘부분보장제’ 아래선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한번 잃은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