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벤처 긴급진단]무책임한 기업경영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31분


<<‘벤처졸부 불법대출사건’을 계기로 벤처기업인들의 도덕성과 자질론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벤처기업의 위기는 기술력과 재무구조의 취약성 때문으로 인식됐다. 이에 따라 국내 벤처업계의 구조조정도 기술과 자금중심의 인수합병(M&A)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의 불법대출사건을 계기로 “벤처기업인의 의식부터 수술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벤처업계를 또 다른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도덕성 시비, 그 실태를 추적한다. >>

‘올해 매출목표는 600억원이다. 세계 일류 기술력을 갖추겠다.’

올해초 한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는 이같이 공언했다. 그러나 연말이 코앞에 닥친 10월 현재 이 기업이 올린 매출액은 24억원선. 국내 대부분 벤처기업들이 내세우는 사업계획과 기술개발구상은 이처럼 온통 ‘장밋빛’이다.

이를 보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코를 다치고 만다. 정보기술(IT) 전문조사기관인 KRG(대표 전원하)는 98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2년6개월간 130개 주요 IT기업을 대상으로 회사의 사업발표내용과 실제 이행상황을 비교분석, 22일 이같이 밝혔다.

KRG가 실시한 ‘IT기업 대외발표 신뢰도 조사결과 분석’에는 국내 23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증권전문가 3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포함돼 있다.

응답한 증권전문가의 86.2%는 “각종 허위 과대발표의 이면에는 주가 띄우기 의도가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이를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분야별로는 신제품 발표 209건 중 제대로 지켜진 것이 179건으로 30건은 아예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발표는 74건중 43건이 비교적 실적에 가까웠으나 31건은 4, 5배, 심지어 20배 이상의 터무니없는 격차를 나타내 ‘뻥튀기 발표’ 의혹을 사고 있다.

▽매출액 과대발표〓골드뱅크는 98년초 8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연말 실적은 1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또 99년초 5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했지만 실적은 114억2000만원이었다. 반도체 제조장비업체인 아펙스는 98년 300억원의 매출목표를 제시했으나 결과는 62억7000만원에 그쳤다.

99년에도 600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이상의 매출목표를 밝혔으나 결과는 오히려 줄어든 28억원에 그쳤다.

▽해외진출도 못 믿어〓사이버텍홀딩스는 독일 데이터프로텍트 등과 공동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무선전자상거래 인증서비스에 나선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상황변화에 따라 사업성을 재검토했다며 이를 철회했다.

비트컴퓨터는 지난해 5월 미국실리콘 밸리에 ‘닥터비트’라는 합작회사를 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도 미국측 파트너 문제로 결렬됐다.

올해 4월 와이티씨텔레콤은 한달 안에 마이폰오피스 10만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별 형식승인문제로 성사되지 않았다.

▽신뢰도 낮은 사업계획〓신광전기통신은 아이앤티텔레콤과 디지텔로부터 ISDN단말기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작년 3월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조사결과 ISDN의 사업성이 없다며 갑자기 사업계획을 취소했다.

지난해말 인터파크는 물류구조를 위한 SCM(공급망관리) 솔루션을 개발, 서적 음반 등 유통사업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업전략 전환을 이유로 이 사업계획을 백지화했다.

<김광현동아닷컴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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