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해외매각 이래서야...채권단-정부 무원칙이 문제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8시 45분


“한국기업 해외매각, 아직 멀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부실 건설업체 ㈜한양 매입작업에 나섰다가 최근 포기한 미국측 인수협상업체 S&K 권혁은(權赫殷·52·사진) 공동대표. “저도 20여년 동안 재경원 등에서 공직생활을 했지만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 이토록 심한 줄은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국내 부실기업들의 해외매각이 실패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권대표는 “매각 당사자이면서 채권자인 주공과 관계부처가 무원칙한 태도로 일관한데다 정치권까지 끼어들어 일을 그르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주택공사가 ㈜한양을 매각하려고 했을 때 국내에서는 나서는 기업이 없었고 그런대로 브랜드 인지도를 인정한 S&K만 단독 응찰했다. “한양의 브랜드 인지도와 S&K가 갖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권 대표는 3월10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에도 적극 나서지 않은 주공을 문제의 발단으로 보고 있다.

“MOU까지 체결하고도 2차례에 걸쳐 신문에 매각공고를 냈습니다. 특혜시비를 잠재우고 국정감사 질의에 포함돼 이처럼 대처했으나 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주공이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협상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 주택공사는 당초 ㈜한양의 자산초과 부채 6800억원 가운데 3800억원에 대해 2700억원과 1100억원을 각각 출자전환해주기로 했다. 나머지 금액은 S&K가 채권단에 지불키로 했다.

“출자전환은 재경부 금감위 등 중앙부처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무산됐습니다. S&K는 이미 체결된 MOU의 종료시한인 9월10일내에 본계약을 맺기 위해 주공측에 여러차례 요구했죠. 전제조건만 충족되면 언제든지 돈을 납입할 수 있다는 공문도 보냈습니다.” 그러나 주고받은 공문만 쌓여갈 뿐 진척은 되지 않고 결국 S&K의 한양인수는 백지화됐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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