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심사 앞둔 기업들 "업종별 특성 무시…악화가 양화구축 상황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8시 40분


업계가 금융기관의 ‘퇴출 살생부’ 작성기준과 관련, 할말이 많다. 심사 대상 기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라는 기준 등 퇴출대상 원칙에 대해 갖가지 속사정을 털어놓고 ‘문제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A제강 관계자는 “건설업 경기와 밀접한 제강업도 최근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부 경쟁력이 낮은 업체들이 법정관리 등으로 금융비용 없이 싼값으로 물건을 내놓는 바람에 다른 우량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강업체 관계자는 97년에는 배율이 2.98로 높았으나 98년 첨단설비에 신규투자해 배율이 1.0 미만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해 영업이익의 50% 가량을 감각상각비로 지출했는데도 감가상각비는 포함시키지 않아 배율이 크게 낮아졌다며 배율만으로 퇴출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상태인 화섬업계의 E사는 국제통화기금(IMF) 전 설비투자 액수가 많아 배율이 높아졌다며 2002년부터는 세계 경기 주기로 볼 때 수익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의가 진행중인 식품업계의 G사도 감가상각비나 퇴직급여 등 실제로 돈이 나가지 않는 부분을 빼면 배율은 최근 3년간 평균 1.42라고 밝혔다.

각 기업들은 특히 배율 계산시 지급이자는 포함하면서 수입이자를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축한 예금에 대해 이자를 받기 때문에 기업의 유동성을 따질 때는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에서 수입이자를 뺀 순차입이자가 금융비용으로 계산돼야 한다는 것.

해운업계 D사는 IMF 직전 한 척에 1억5000만달러 이상인 선박을 수척 발주했으나 수입은 줄어든 반면 이자율과 환율 상승으로 선박금융비용이 급격히 올랐다며 배율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또 △주가하락으로 인한 일시현상 △신용장 발행에 따른 보증금이 주원인이라며 배율하락을 주요 퇴출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구자룡·박중현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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