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부분보장제/외국선?]日 71년 첫도입…연기 거듭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15분


일본이 예금부분보장제도를 두 번이나 연기한 이유는 뭘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부분보장제도의 득보다 실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따랐다는 것.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1971년 예금보험법을 제정하고 예금부분보장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실금융기관이 퇴출되는 상황에서도 부분보장한도 내에서만 예금을 보호한 것은 아니었다. 각종 특례조항 등을 통해 정부가 전액 지원해 결국 명목상으로만 부분보장제도를 시행해왔던 셈이다.

90년대 들어 경제의 거품붕괴로 금융기관의 부실이 증가하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가시화되자 예금보장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할 필요에 맞닥뜨렸다.

이에 일본 정부는 96년 관련법을 개정하고 향후 5년간 아예 전액보호제도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중 일본판 ‘금융빅뱅’을 완료, 시장이 안정된 뒤 예금자에게 금융기관 선택에 대한 자기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였다.

또 금융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분보장제도를 도입할 경우 신용금고 신협 등 소규모 지역금융기관에서의 대규모 자금이탈이 뱅크론과 기업의 연쇄부도로 이어져 경제에 큰 손실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던 것. 금융 전문가들이 “예금부분보장제도는 금융위기시 예금자들이 금융기관을 감시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방지 효과보다 손실이 더 크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올 5월 금융기관의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자 같은 이유로 예금보험법을 개정, 부분보장제도의 시행을 다시 1년간 연기했다. 금융시장의 불안기에 부분보장제도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것은 일본뿐이 아니다. 90년대 초 금융위기를 겪었던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도 금융위기를 극복할 때까지는 전액보장제도를 채택하다 위기가 수습된 이후 부분보장제도로 복귀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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