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어음공포'사라지나'…납품결제의 40%로 줄어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56분


서울 소재 해운업체인 (주)삼선은 최근 자금사정과 관련해 한결 숨통이 트였다. 거래기업인 창원특수강에서 매달 1억5000만원씩 어음으로 받던 결제대금을 8월부터 현금으로 받기 시작했기 때문. 어음을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통상 45일인 만기를 기다리거나 연 8% 내외의 할인수수료를 떼고 할인을 받아야 했으나 현금결제 이후 자금운용이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창원특수강이 어음 대신 현금을 줄 수 있게 된 것은 한국은행의 기업구매자금대출 덕분. 종전 매달 130억원에 이르던 어음발행액이 80억원으로 줄었다. 기업구매자금 대출은 구매기업의 원자재 구매자금을 은행이 빌려주고 한은이 이 대출금액을 은행에 지원해주는 제도. 그동안 납품 중소업체가 어음 할인수수료를 부담했다면 이 제도의 경우 대출금리를 구매업체가 부담하게된다.

국내 굴지의 유리업체인 한국유리는 5월부터 180여개 납품업체에 대한 어음으로 결제하던 관행을 완전히 없앴다. 대신 거래은행인 신한은행과 제휴해 인터넷을 통한 구매자금대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유리와 신한은행과 180여개 납품업체가 사전에 약정을 체결한 뒤 납품업체가 인터넷을 통해 한국유리에 대금청구를 하면 은행이 납품업체의 계좌로 대금을 자동으로 입금시켜주는 제도.

한국유리 강민구차장은 “납품업체는 즉시 대금을 받을 수 있고 어음관리 비용까지 줄어들어 아주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두가지 사례는 요즘 희귀한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고질’로 불리며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을 옥죄던 어음제도가 조금씩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약속어음 교환금액이 지난해말 414조5000억원에서 8월말 240조8000억원으로 절반 가량 떨어진 상태. 또 은행의 상업어음 할인금액이 지난해말 22조4216억원에서 8월말 현재 22조259억원으로 4000억원 가량이 줄어들었다.

기업구매자금대출 제도와 전자상거래의 확산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음제도의 뿌리는 여전히 깊다는 것이 업계와 금융권의 인식.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조사한 결과 중기 판매대금 결제에서 어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97년 60%수준에서 최근 40%정도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최창호(崔昶鎬)정책기획국장은 “어음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최근 어음결제관행이 눈에 띄게 줄고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 추세로 볼 때 어음 사용감소는 점점 가속화될 것”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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