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자금 내년 전액상환]'위기발생국' 꼬리표 떼기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44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지원금을 내년 중 모두 갚기로 한 것은 한마디로 ‘위기 발생국’이라는 꼬리표를 계속 달고 다니지 않겠다는 뜻이다. 외환보유고가 917억달러(9월15일 현재)로 세계 5위라는 점도 전액상환 방침을 굳힌 이유다. 이같은 결정은 IMF측 요청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IMF는 6월 한국 정부와 정책협의를 벌이면서 미상환 잔액 60억달러를 만기 전에 갚아줄 것을 요청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가신용 등급이 투자 적격으로 회복되고 고속성장을 지속하는 나라가 IMF의 수혜국으로 남아있는 모습은 부자연스럽다”며 “이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82개 IMF 회원국 중 자금 공여국은 36개국으로 일단 공여국으로 분류되면 국가신인도나 해외차입 금리 등을 산정할 때 유리하게 작용하는 등 유무형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멕시코의 경우 2003∼2005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IMF 지원금 32억달러 전액을 지난달 한꺼번에 상환한 뒤 국채의 가산금리가 3.87%포인트에서 3.07%포인트로 떨어졌다.

문제는 조기상환의 부작용이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지탱해준 외환보유고의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917억달러의 외환보유고 중 IMF 차입금 60억달러를 상환하면 외환보유고는 857억달러로 줄어든다. 외환보유고를 더 쌓으면 되지만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내년 국제수지는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외환보유고를 획기적으로 늘릴 묘안은 없다는 분석이다.

IMF 총회에 참석한 국내 금융계 인사들이 “우리 경제의 상환 능력과 파장을 정밀하게 따져보고 나온 결정일까”며 의구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IMF 지원금의 전액 상환이 고유가와 대우차 매각지연, 금융시장 불안 등의 악재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도 의문이다.

내년 2월까지 금융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데 우리 경제의 성패를 걸고 있는 입장에서 자칫 이번 상환발표가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이완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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