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경매정보 양원준사장 "파산 부도賣物 봇물"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9분


한국동산경매정보㈜ 양원준(梁源埈·26)사장은 이른바 ‘빨간 딱지’가 붙은 압류물건 경매에 참가해 낙찰받은 뒤 이를 되파는 사람이다. 부도난 채무자의 사무실이나 공장 가게 가정집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물건(動産)’이 그가 다루는 품목이다.

이 때문에 자연히 부도난 사람이나 채무자들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는 터라 밑바닥 경기를 누구보다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는 것. 양사장이 전하는 요즘 경기에 대한 ‘감’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후인 97년 말보다 더 좋지 않다는 것.

“총 물량이 IMF 직후보다 15% 가량 늘었어요. 특히 올 초부터는 중소기업주나 자영업자 회사원들로부터 물건이 많이 나와 서민과 중산층 파산의 폭과 깊이가 커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금융기관에서 일하다 97년 초 독립한 양사장은 IMF 직후에도 한달에 100여건씩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작년에 약간 주춤하던 부도열풍이 올초 다시 세진 것 같아요. 슈퍼 정육점 음식점 노래방 당구장 PC방 등 중소 자영업체에서부터 신용카드 빚을 못 갚은 샐러리맨들에 이르기까지파산이 크게 늘고 있고 요즘엔 특히 지방 중소기업에서 나오는 물량이 많습니다.”

주가 폭락으로 ‘닷컴 위기론’이 퍼지던 5월부터는 서울 강남의 ‘서울벤처밸리’에 밀집한 벤처업체 등에서 고가의 컴퓨터 서버 네트워크 장비와 사무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게 양사장 얘기. 강남지역에서는 요즘 하루 10여건 이상 부도가 난다고 한다.

개인병원이나 의료기도매업체의 파산도 전례가 없었던 일. 의약분업의 파장이 예상치 못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것은 신용카드 빚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30, 40대 회사원들의 파산이 심각하다는 것.

“IMF 직후 개인파산의 대부분은 사채업자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빚 보증을 잘못 선 사람들이었는데 요즘 개인파산의 90%는 샐러리맨들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전세아파트나 반지하월세방에 살면서 30만원, 50만원이 없어 파산하는 경우입니다. 실직 등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소득감소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양사장은 “올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53개 지방법원의 경매물건이 법원당 1만여건에 달할 정도로 파산이 심각하다”며 “경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서울 을지로 인쇄골목의 부도가 시작되고 있고 돈이 없어 입찰 참여 매수자들까지 줄고 있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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