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처리, 이번에도 惡手 우려

  • 입력 2000년 9월 18일 18시 34분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차 매각을 위한 일정을 제시했지만 이것이 진정한 ‘해법’인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앞으로 10일 안에 인수제안서를 받은 뒤 다음달 20일까지 대우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때 선정된 계약자는 대우차를 경영해가면서 필요 없는 사업부문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전체 계약액을 조정할 수도 있다. 정부는 3월 실시한 예비실사를 근거로 삼아 정밀실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대우차 매각 지연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붕괴 직전에 이르자 정부가 다급하게 ‘처방전’을 내놓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급조된 대우차 매각방안이 더 큰 실수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자동차업계에서는 “어떤 기업이라도 예비실사 때는 모든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밀실사를 해봐야 해당 기업의 인수가격이나 발전방안 등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일단 인수한 뒤 문제점이 생기면 협상하자는 태도는 너무도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만일 ‘일단 인수해’ 경영하던 업체가 정밀실사 결과 포드처럼 대우차 경영에서 손을 뗀다면 그 파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만일 일단 인수해서 경영하던 인수업체측이 ‘경영에서 손뗀다’는 카드로 공적자금 등 여러 가지 지원을 요구할 때 과연 우리 정부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도 역시 ‘퇴로’를 생각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18일 “정부는 지난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만 단독 선정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이번에도 기존에 인수의사를 밝힌 양대 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시켜 여러 업체가 참여할 기회를 차단했다”며 “이미 기존 입찰 참가업체들의 대우차 인수가격과 인수전략이 다 알려진 마당에 인수조건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현대 단독으로 인수하거나 심지어 법정관리체제로 들어간 뒤 다시 매각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다는 점을 전략상 상기시켜 줄 필요도 있었다”며 “왜 처음부터 퇴로를 차단한 채 협상에 나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우차 문제가 우리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이를 덮기보다는 우리나라에 자동차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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