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들 돈벌이 나섰다…조기창업체 중심 경쟁 본격화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5분


항생제 대체제를 생산하는 ㈜이지바이오시스템은 올 상반기(1∼6월)에 165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자본금 38억원인 이 회사는 올해 충남 천안에 대형 발효 공장을 세우고 펌키토 락토페린 등 항생제 대체제의 대량 제조에 성공, 자기 몸집의 4배가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88년 설립된 후 기능성 첨가제를 주로 개발해오던 이 회사는 실험실 연구결과를 곧바로 상품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대량 생산체제를 갖춘 지난해부터 급속히 성장했다.

산업용 미생물 균주를 개발하는 인바이오넷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배 가량 증가한 14억2000만원.

인바이오넷의 매출액 증가 비결은 해외시장 판로개척 등 본격적인 제품 마케팅. 자본금 20억원인 이 회사는 최근 수출이 늘어나 올해 매출액이 7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사업모델로 일찍 창업한 바이오벤처 가운데 실험실 창업 단계에서 벗어나 최근 매출 신장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유난히 늘고 있다.

조기 창업으로 사업체계를 갖춘 기업들이 시장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환경오염 진단 시스템을 개발중인 ㈜에코솔루션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3억원에 지나지 않았으나 물리 화학적인 오염 처리 기술을 도입한 올해에는 20억원으로 600%가 증가했다.

툴젠의 김진수사장은 “최근 신생 바이오벤처기업이 급격히 늘어 사업 아이템으로 보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지금부터 어느 기업이 시장에 먼저 진출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바이오벤처기업의 특성상 최소 5년 이상 장기간 자본금을 불려야하기 때문에 투자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최근 기업들이 매출실적 올리기에 신경쓰는 이유 중의 하나.

현대기술투자의 정태흠 생물공학팀장은 “최근 정보기술(IT) 산업 거품론으로 투자 열기가 식은 이후 대부분 투자자들은 매출 실적이 없는 생명공학(BT) 기업에 대해서도 거들떠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오벤처업계에서는 이같은 매출 신장을 반기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 유치의 저해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사장은 “최근 벤처기업의 매출 실적을 과소 평가할 수 없지만 선진국에서는 바이오벤처기업이 매출을 내는 순간 그 기업이 투자의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출이 늘어난 기업의 제품도 주로 진단시약 식품첨가물 사료제 등으로 포스트게놈프로젝트의 성과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아직 미들 리스크―미들 리턴(Middle Risk―Middle Return) 이하의 수준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바이오 분야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정착하려면 현재의 매출에 급급하기보다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핵심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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