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약'인가 '독'인가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1분


물가불안과 경기상승세의 지속 등 금리 상승요인에도 불구하고 30일 시중 실세금리가 이례적인 저금리기조를 지속하며 7.76%를 기록, 연중 최저치에 근접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콜금리(단기금리)인상 여부와 맞물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국고채 금리 연중 최저치 근접〓이날 채권시장에서 실세금리 역할을 하고 있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정부가 1조5000억원의 국고채를 사들일 것(Buy Back)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0.11%포인트 급락한 7.76%를 기록해 연중 최저치(7.69%·8월10일)에 근접했다. 이에따라 국고채 금리에 연동된 회사채금리도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동반 하락해 8%대에 재진입했다.

이는 자금이 몰리는 우량은행들이 안전자산인 국고채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36조원을 발행하기로 했던 국고채 물량을 하반기에 8조∼10조원 줄일 것으로 보여 공급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김성민(金聖民)채권시장 팀장은 “물가불안과 경기상승세 지속 등 경제 기초여건을 감안하면 금리가 올라야 정상인데 최근에는 순전히 수급요인이 경제적인 요인을 상쇄하면서 채권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급락한 요인도 정부가 국채를 사들이면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었다.

▽금리 경제현실 제대로 반영하나〓저금리를 유지할 경우 국공채에 투자하는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겨 현재 7%인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가 더 떨어져 ‘은행 수신금리 6% 시대’의 도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기업들이 저금리 체제 아래서 큰 금융비용 부담 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시장이 안정이 안된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면 통화당국이 콜금리 인상을 자제, 저금리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고채 금리가 과연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적정 금리냐는 점이다.

한은 김한성(金翰成)조사역은 “금리가 기본적으로 물가상승률(2∼3%)과 경제성장률(6∼8%)의 합이라고 볼 때 현재의 장기 금리는 다소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회사채 금리도 자금시장 현실과는 괴리돼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리가 떨어지면 기업은 더욱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금리 하락 속에서도 기업 신용등급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업 자금조달이 여전히 어려운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는 것. 또 미국의 프라임레이트가 6.5%인 것을 감안하면 대내외 금리 역전현상이 빚어져 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찾아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물가상승 등 경제 펀더멘털과 금리 간의 괴리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다음달 콜금리 인상도 조심스레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