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회사주식 보유' 논란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58분


‘사외이사가 회사주식을 갖는 게 바람직한가.’

참여연대가 송자 교육부장관이 삼성전자 사외이사 때 받은 실권주로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는 지적을 제기하면서 사외이사들이 회사주식을 보유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적으로나 절차상으론 하자가 없다. 그러나 회사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입장에 있는 사외이사가 회사주식을 가지면 견제기능은커녕 오히려 회사와 유착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의 근거다.

▽사외이사에 주식제공 관행〓대학교수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사외이사의 경우 송장관처럼 실권주를 인수하거나 공로주를 수령하는 방식으로 주주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송장관뿐만 아니라 당시 사외이사와 사외감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실권주 인수기회를 줬다. 98년과 99년중 4차례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송자장관은 사이외사 신분으로 7000주의 실권주를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사외이사와 사외감사는 각각 4명과 2명씩으로 모두 6명이 이 같은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이들 사외이사가 자기 돈을 넣지 않고 회사에서 빌려준 돈으로 실권주 대금을 마련했다는 사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를 대주주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 같은 ‘주식 당근’전략을 썼다. 정상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인수한 사외이사라면 2년 만에 16억원씩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

▽법과 절차상으론 하자 없어〓사외이사와 업계간의 유착관계가 현행 제도나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실권주 처리는 이사회 결정에 따르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만 받으면 사외이사뿐만 아니라 거래선이나 투자업체까지도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서진석(徐晉錫)상장사협의회 부회장은 “회사로선 실권주를 회사에 기여하는 공이 큰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위험을 지지 않으려고 자기돈을 넣지 않고 회사에서 대출까지 해준 것은 지나친 특혜라는 설명. 금융감독원에서도 법적 문제는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사외이사의 모럴해저드를 문제삼는다면 몰라도 절차나 방법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외국에서는 사외이사들에게 실권주 인수형식으로 특혜를 주는 사례는 별로 없다. 구주주에게 주식인수권을 우선적으로 주는 주주 우선공모 사례가 없기 때문. 대부분 일반인이 모두 참여가능한 공모형태로 주식을 모집하고 있다. 다만 스톡옵션 형태로 자사주식을 나눠주는 사례는 있다. 우영호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사외이사는 주주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도 있지만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경영진의 모럴해저드가 없는지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을 어떤 형태로든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측은 “사외이사가 직분을 이용해 자기 재산을 증식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상치되는 것”이라며 “특히 공직에 오른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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