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함 덮어두다간 망한다...국내기업은 아직 불감증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38분


최근 불량 타이어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세계 최대의 타이어업체 브릿지스톤의 사례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조업체가 제품의 결함에 대해 하찮게 생각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잘 보여주는 케이스다.

외신에 따르면 이 회사가 생산한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결함으로 지금까지 접수된 소비자들의 항의는 총 750건. 이중 100건 이상이 중상 사고였고 60여건이 사망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파문이 확산되자 브릿지스톤은 북미 지역에서 생산돼 지금까지 남아있는 파이어스톤 제품 650만개를 모두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예상 비용만도 5억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이같은 결과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점. 미국 자동차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은 타이어 관련 보험 청구가 급격히 증가하자 98년에 브릿지스톤과 감독관청에 e메일 등으로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300달러이던 주가가 150달러대로 반토막이 났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 회사의 미래를 걱정해야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판매된 상품을 제조업체에서 회수해 무료로 수리, 점검해주는 것을 의미하는 리콜은 선진국에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다. 특히 자동차처럼 인체나 재산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제품일수록 리콜이 일반화되어 있다.

법적으로 설계나 제작 과정의 잘못으로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사실을 공개하고 무상으로 수리해주도록 되어있고 기업들도 리콜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점을 덮어뒀다가 사고가 나면 피해 보상 문제도 있지만 제품과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이번 브릿지스톤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에선 제너럴모터스(GM)가 25건, 포드가 27건, 다임러크라이슬러가 26건 등 총 210건의 리콜이 이뤄졌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업체들이지만 평균적으로 매달 2회씩은 리콜을 벌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리콜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선 95년 8월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공개 리콜을 실시한 이래 5년간 총 20여건의 리콜이 이뤄졌다. 지난해 7월에는 삼성전자에서 냉장고에 대해 자발적으로 리콜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리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낮고 업계에서도 결함을 공개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리콜이 많을수록 믿을 만한 기업으로 인식되지만 우리 실정은 정반대”라면서 “먼저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결함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