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대책 '시장 앞세워 기업유동성 지원'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50분


23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내놓은 기업 자금 대책은 이정재 재경부차관이 주도가 돼 내놓은 새 경제팀의 자금 대책으로는 첫 작품. 깜짝 놀랄 만한 특단의 비상 대책은 없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시장원리에 따라 꼬여있는 자금 시장을 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증요법은 지양〓올 들어 7월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은 22조원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중 가계 대출은 무려 15조원에 달한다. 은행이 기업에 자금을 대주기보다 아파트 담보 등으로 가계에서 꿔간 돈이 많다는 것. 한마디로 정상적인 자금 흐름으로 볼 수 없다. 가계에서는 저금리를 이용해 닷컴주식에 투자하거나 하이일드 펀드를 사놓는 등 금리차를 겨냥한 재테크에 열중했다.

▽이정재 트리오팀 작품〓이차관과 정건용금감위부위원장 박철한은부총재는 과거 이차관이 재무부 이재국장 시절에 호흡을 맞춘 인물들. 시장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에 큰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는 평가. 중견기업 자금 흐름에 물꼬를 터주기 위해 기존의 프라이머리 CBO펀드 발행에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한 것이라든가 2금융권에 대해서도 RP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대목은 일을 새로 벌이기보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이나마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로 보여진다.

그동안 소극적인 입장이었던 한은이 나서서 총액한도대출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든가 2금융권에 RP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상당히 높이 살 만하다는 평가. 신용보증기금이 나서 자금중개기능을 회복하겠다는 것도 새로운 대책 방법이다.

▽근본 문제 해결 미흡 지적도〓이번 대책이 자금시장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수익성이 떨어져 회생 불가능한 중견기업까지도 정부가 돈을 대주는 방식으로 살리는 게 옳은가 하는 지적이다. 자금시장이 악화되면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는 모험을 감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0조원 채권펀드를 또 만드는 것은 관치 금융 논란을 재연할 수 있고 돈을 풀어 당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근시안적 의지로 보여진다. 물가와 유가가 들먹거리고 인플레 조짐이 있는데 계속 돈을 푸는 정책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금융기관 직원을 문책하지 않는다는 대목도 중과실 여부를 판정하기 어려워 시행착오를 배제할 수 없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기업자금 안정대책 주요 내용

대 책주요 내용조치계획
프라이머리 CBO 발행 실효성 제고 투기등급 회사채 편입비율 3분의1 이상
회사채 보증비율 상향조정
회사채 부분보증재원 2500억원 추가
동일 SPC(특수목적회사) 보증한도 1000억원 폐지
8월중
채권형펀드 활성화10조원 9월말까지 완료
필요시 10조원추가조성
9월중
10월이후
신축적인 유동성 공급증권 종금 투신등 2금융권에도 RP지원-
기업대출 유인 부여총액한도대출 배정평가 항목 변경
RP지원 통한 기업금융 지원
8월중
신용대출 활성화신용대출 면책기준 준수 지도
금융기관 경영평가때 중소기업 지원실적 반영
금융기관 검사때 임직원 문책 지양
9월중

9월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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