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과잉? 노!…외국계증권사들 주장 美에만 해당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43분


세계 D램 시장은 과연 ‘공급 과잉’인가?

최근 살로먼스미스바니와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세계 반도체시장의 공급과잉을 경고한 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메릴린치 등은 “휴대전화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몇 개월 후 반도체업계가 공급과잉 상태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반도체 가격의 흐름이 정점을 지났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D램 반도체도 과연 정점을 지나 불황으로 치닫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아니다’라는 게 반도체전문 애널리스트들과 관련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점은 2003년 이후〓반도체전문 분석가들은 이들 보고서가 반도체 시장의 특성과 투자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우 반도체시장은 비메모리 부문, 특히 통신관련 산업의 업황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따라서 세계 D램 산업이나 국내 반도체업체의 시설투자 현황에 근거하지 않고 미국 상황만으로 국내 반도체업계의 과잉투자를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진영훈 애널리스트는 “시장조사분석기관인 데이터퀘스트가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성장률이 7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최대 55% 성장에 그칠 전망”이라며 공급과잉론을 일축했다. 특히 웨이퍼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어 2002년 이후나 돼야 공급이 수요를 맞출 수 있고 반도체 경기 정점도 이 시기 이후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95년 상황과는 다르다〓과잉투자로 극심한 불황을 몰고왔던 95년과 현재는 매우 다르다는 게 일반론. 세계 반도체업계의 인수합병(M&A)으로 D램 생산업체가 현대전자 삼성전자 등 5, 6개 업체로 줄어 과거와 같은 과잉 중복투자는 예상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 가동에 들어가는 신규라인은 삼성전자밖에 없으며 그나마 신규투자도 2002년 이후나 양산이 가능한 12인치 웨이퍼에 집중됐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PC에 들어가는 메인 메모리 용량 증가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 반도체 공급 부족은 계속된다는 것.

세종증권 임홍빈 연구위원은 “D램의 경우 일본이나 대만의 설비 투자가 정체상태이며 현대전자도 투자여력이 없어 공급부족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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