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퇴출후 어떡해"…워크아웃 채권단 후임찾기 고심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03분


‘자르긴 잘라야겠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의 채권은행단이 경영진의 퇴진을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방채권단이 우방 이순목(李淳牧)회장 등 경영진 퇴진을 요구, 앞으로 워크아웃 기업경영진의 잇따른 퇴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채권단이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이같은 채권단의 고민은 “자구계획을 강제하고 자금만 지원한다고 기업이 살아날 것인가”라는 워크아웃의 본질적인 한계와도 맞닿아있다.

서울 주택은행 등 우방채권단은 ‘자금지원에 따른 책임추궁’이라는 원칙차원에서 이순목회장의 퇴진을 결정했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회장이 한국주택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데다 건설업계에서 쌓아온 그의 인맥과 수주능력을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경영진을 찾는 작업도 쉬운 것만은 아니다. 실제 동아건설의 경우 고병우회장의 자진사퇴 이후 새 경영진을 공채했지만 응모한 후보 중에 한 명도 채권단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없어 급하게 건설교통부장관 출신인 최동섭(崔同燮)대한건설진흥회 회장에 ‘러브콜’을 한 것.

새로운 경영진 선임 이후도 문제. 지난해 12월 기존 경영진이 교체된 진도의 경우 여전히 경영이 회복되지 않아 최근 또 다시 채권단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까지 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계에서 부실 워크아웃기업 경영진의 퇴출을 요구했지만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채권단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젠 현실론을 핑계로 대기에는 여론이 너무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과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이같은 채권단의 ‘현실안주론’에 대해 그동안 수없이 지적을 해온 것이 사실. 성공적인 워크아웃을 위해 “책임을 물을 것은 묻고 경영정상화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별도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의 워크아웃 담당자와 각 기업에 파견된 경영관리단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며 “또 성공적인 경영진 선임을 위해 미리 해당 분야 전문가의 리스트를 확보해 사전에 꾸준히 접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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