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의류 전문 대기업,신세대엔 옷보다‘공간’을 판다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59분


“우리를 의류회사로 부르지 말라. 공간과 경험을 파는 사람으로 불러달라”.

90년대 초반 대기업의 중저가 의류업 진출로 고사위기에 처했던 남대문 동대문 등 재래시장의 의류업자들은 90년대 후반 밀리오레 두타등 대형 패션몰을 앞세워 중저가 의류시장을 석권했다.

금년 2월 한 의류전문 대기업이 ’후아유‘라는 브랜드로 MCS(Mega Concept Shop)라는 새로운 영업 스타일을 시도,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SK글로벌도 지난달 ‘아이겐포스트’라는 브랜드로 매장을 냈고 코오롱 LG상사 제일모직 등 각 대기업들도 새로운 브랜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MCS는 고급 옷가게처럼 200평이상의 대형매장에 고급스러운 디스플레이를 갖추어놓고 옷 가격은 중저가나 초저가로 파는 형태. 미국의 유명 고급 의류브랜드인 폴로 매장보다 훨씬 크고 고급스러운 매장에서 청바지 2만원, 티셔츠 5000원등 저가의류를 판매하겠다는 것.

원스탑 쇼핑 체제를 갖춘 밀리오레나 두타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너무 싸구려’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전략.

11일오전 여자친구와 함께 후아유 신촌점을 찾은 김광주씨(27·대학원생)는 “이 매장을 찾으면 뭔가 밝고 건강해보이는 분위기가 전염되는 것 같고 물건 값이 싸서 옷을 사지 않을 때도 지나가는 길에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전미화씨(25)는 “넓은 매장, 시원한 통유리, 서핑을 즐기는 구리빛 미인의 대형사진 등의 분위기가 고급 매장분위기가 나는데 값은 싸 약간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후아유의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는데 맞추어져 있다. 단순히 옷만 파는게 아니라 특유의 분위기 각종 이벤트나 오락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소비자가 ‘후아유’라는 브랜드를 떠올리면 저절로 즐거운 기분이 나도록 하겠다는 것.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을 ‘공간 마케팅’ 또는 ‘경험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김성일 후아유 마케팅 팀장은 “브랜드 컨셉트를 밝은 날씨와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는 ‘캘리포니아 라이프스타일’로 잡고 디자이너를 캘리포니아에 상주시켜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유행하는 디자인의 옷을 항상 공급하고 매장 분위기도 캘리포니아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매장에서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22대의 향수기계가 고급 향수를 뿌려댄다.

후아유는 또 철저하게 인터넷 배너광고만 하고 스타의 사인이 든 옷을 인터넷에서 경매를 해서 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SK글로벌의 아이겐포스트 매장에는 인터넷 프라자가 설치돼 신세대들이 언제나 들어와 커피를 공짜로 마시며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후아유가 현재 신촌점과 아샘점에서 올리는 매출은 하루에 3000만원정도. 이런 추세대로 가면 2년후면 한 매장에서 1년에 1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일 팀장은 “특히 신세대는 저가의 상품도 단순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 그 자체를 즐기려 한다”며 “곧 공간 마케팅은 단순히 의류에만 적용되지 않고 모든 상품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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