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거세 바람'…수입개방 대비 고급육생산 유도

  • 입력 2000년 6월 21일 19시 17분


‘고기 맛이 좋아진다면….’

축산농가에 ‘거세(去勢) 바람’이 불고 있다. 고기 맛을 내기 위해 태어난 지 3∼4개월 된 송아지를 거세하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등급판정을 받은 한우 87만3094마리 가운데 거세된 한우는 모두 3만8347마리. 시중에서 판매되는 한우의 4.5%에 해당한다. 올해에는 거세 한우가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농림부는 21일 하반기 중 한우를 거세하는 농가에 1마리에 10만원씩의 ‘거세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2001년 쇠고기 완전 수입개방에 대비, 고급육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사육기술 발전에 따라 1등급 출현율이 95년 13.5%에서 올해 4월 23.2%로 증가했다”면서 “그러나 수입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1등급 출현율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우를 거세할 경우 등급판정에서 1등급을 받는 확률은 50%를 넘는다. 보통 한우의 1등급 출현율이 1.6%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가장 확실한 ‘육질 개선책’인 셈이다.

거세 한우의 육질은 지방분포 고기색깔 탄력성 성숙도 측면에서 모두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리가 내린 것처럼 지방이 고르게 분포되는 상강(霜降)현상이 나타나 한국인의 입맛에는 최적이라는 것. 거세될 경우 사육기간은 평균 4개월 정도 길어진다.

농림부는 ‘거세 장려금’을 지원하기 위해 축산발전기금에서 36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내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와 장려금 지원을 분담할 계획.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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