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동성위기]증시 외국인 순매수 눈길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7분


‘금융시장은 관망중.’

현대사태로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우려되던 금융시장은 29일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내놓을 추가적인 자구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철저히 관망세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시장의 흐름을 결정할 관건으로 주목받았던 외국인들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는 등 의외로 침착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현대문제는 국가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 점을 감안할 때, 밀고 당기는 소모전으로 일관하기보다는 확실한 타개책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시장에선 판단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 개장초 30포인트 이상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은행 증권 등 금융주가 초강세로 반전하면서 약보합권으로 장을 마감. 26일 현대문제로 40포인트 이상 폭락해 떨어질만큼 떨어진데다 추가적인 자구책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일면서 하락폭이 급격히 축소된 것.

자금시장도 당초 향후 장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보합세에 그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LG투자증권의 채권팀 관계자는 “금리전망은 불투명하지만 정부의 현대사태 수습 의지가 강해 일단 매매를 유보한 채 사태추이를 지켜보자는 관망분위기가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전환 등 경제여건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중견기업의 부도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유포되고, 현대 파문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중금리가 언제 상승추세로 돌아설지 몰라 불안한 상황.

채권시장에선 특히 삼성 LG SK 롯데 등 일부 그룹의 물량을 제외하곤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수요처가 없어 매각할 수 없는 형편이 지속되고 있다. B급 이하 채권은 A급 채권에 1%포인트 이상 금리를 높게 매기는데도(싸게 내놓는데도) 팔리지 않고 있다.

한편 외환시장도 ‘뇌관을 짊어지고 가는’ 불안한 시장상황의 연속이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40원대를 돌파한 이후 1140원을 축으로 등락을 거듭하다가 결국 소폭(0.90원) 오른 강보합권에서 마감됐다. 외환 딜러들은 “현대사태와 증시약세 여파로 미국 달러화는 강세(원화 약세)로 출발했으나 월말 수출대금이 유입되면서 장 중반 이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정부와 현대, 채권단의 움직임에 따라 환율의 등락 방향이 결정되고 이는 주식 및 채권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사자들은 시장이 현대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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