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츄얼펀드 "만기연장 어렵다"…7월초까지 1조7천억 '썰물'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7분


원금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만기 연장을 추진하던 뮤추얼펀드 운용사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청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7월초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조7000여억원 규모의 16개 펀드는 대부분 만기 청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청산이 바람직”〓금감원은 최근 “시장 상황에 따라 만기를 고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적상품은 이익 뿐만 아니라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는 것.

운용사들이 만기연장 이후 일정 수익률이 달성되면 청산하려는 계획도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뮤추얼펀드를 스팟펀드처럼 운용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일부 펀드의 만기연장을 위해 명의개서정지공고까지 냈던 삼성투신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취소공고를 준비중이고 나머지 펀드들도 만기 청산하기로 했다. LG투신운용도 “대세에 순응하겠다”는 입장.

▽운용사 “연장도 쉽지 않다”〓운용사들은 만기 연장의 실무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연장하려면 주주인 투자자들이 주주총회를 열어 3분의2이상 찬성하는 특별결의를 해야 한다는 것.

또 주총 연락을 받지 못해 기권한 투자자들은 일정 기간 돈을 찾을 수 없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1만2000명의 투자자중 상당수가 기권할 수도 있고 그후 발생할 민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투신운용 관계자는 “만기 연장할 경우 손실을 본 원금을 반드시 회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만기 연장은 자칫 해결을 늦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밖의 문제점들〓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도입한 뮤추얼펀드의 만기연장 여부에 금감원이 ‘개입’한 것은 옳지 않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감원은 작년말 뮤추얼펀드 ‘만기 연장’을 요구했으나 외면당한 적이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감원 한마디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단순한 입장 표명도 지침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뮤추얼펀드는 있으나마나한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7000여억원어치(13일 현재)의 주식물량은 만기를 앞두고 쏟아질 경우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 된다는 것.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연초에 공표한 개방형 뮤추얼펀드 도입을 조기 실시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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