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投 정상화案 발표]투신권 구조조정 급류탈듯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06분


자본시장 안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투신권의 구조조정이 현대투신의 자구노력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 고객신탁자산의 40%를 관리하는 한국 대한 현대 등 3대 투신은 고객자산에 섞인 부실채권을 대부분 회사재산쪽으로 넘긴 데 이어 늘어난 회사자산(고유계정)의 자본잠식도 해소하게 돼 투신권의 신뢰회복에 큰 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 속도 빨라진다〓투신권 부실은 외환위기 발생 직후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가중됐다. 은행권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자 기업들은 앞다퉈 회사채 기업어음(CP)을 발행했고 이를 투신권이 소화, 금융시장 붕괴를 막았던 것. 당시 인수했던 공사채들이 대거 부실화하면서 투신권 위기설이 확산됐다. 정부는 3대투신의 경우 한해 운용수익이 3000억∼4000억원에 달해 5,6년내 부실을 떨어버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99년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투신권이 안고있던 대우채 중 많은 액수가 휴지조각이 됐고투신권은 깊은 내상(內傷)을 입었다. 정부는 점진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했으나 올 들어 하루 고객수탁고가 5000억원씩 빠져나가면서 증시 매수기반이 약화되고 채권시장 발전의 발목을 잡자 조기해결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3대 투신의 앞날〓한투와 대투의 추정 부실규모는 각각 3조, 2조5000억원. 금주내 금감원이 자산부채 실사결과를 확정짓고 ‘최소한’의 공적자금 소요액을 산출한다.

양대 투신은 공적자금 투입에 대비, 신탁자산 부실의 상당 규모를 고유계정으로 떠넘긴 만큼 고객들의 신뢰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대투와 한투는 각각 이달 25,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부실을 떠안은 증권사와 정상화된 운용사로 회사를 분리한다. 정부는 증권부문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중.다만 기존 경영진의 부실책임 규명은 ‘배임이냐, 투자판단 착오냐’를 구별하기 쉽지 않아 다소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4일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한 현대투신은 이미 운용부문인 현대투신운용을 분리해놓은 상태.

전문가들은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조속한 계획이행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 역시 “3대투신 정상화안이 마련됨에 따라 현재 50% 가량 진전된 채권시가평가제도 7월 전면 실시할 수 있게 돼 자본시장 선진화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하면서도 “향후 계획이행이 지지부진할 경우 더 큰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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